[기자 수첩] 단체장 취임식.... 검소 or 호화

새로운 민선 자치시대가 시작되었다. 7월 1일부터 전국 각 지자체들이 4년 임기의 자치정(自治政)에 시동을 걸었다. 새롭게 선택되어 첫 임기를 시작하는 단체장들이 많았고, 연임된 사람들도 여럿이었다.

장마로 인한 물난리에 폭염 그리고 경기침체로 국민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호화판 취임식을 연 자치단체도 없지 않았다. 이런 취임식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고울 수가 없다. 검소보다는 그 반대쪽을 택한 사람들이다.

취임식 없이 민생현장으로 달려간 단체장들이 없지 않아 다소 위안이 된다. 어떤 단체장은 취임식을 약식으로 치른 뒤 수해 현장으로 달려갔고 또 다른 단체장은 그 시각 빈민촌을 방문해 주민들의 고충을 경청했다. 4년 임기 그들의 행보가 어떨지 짐작이 간다.

앞으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소중한 기회를 더 의미 있게 전용(轉用)하는 것이 진정 주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닐까?

초임이 아닌 연임된 사람들이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취임식을 거행한 것은 좋게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매일 적지 않은 수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경기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제(7월 1일) 오후 3시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이철우 지사 취임식이 있었다. 1천여 명의 인사들이 참석해서 기쁨을 나누었다고 한다. 기초단체장, 광역 및 기초의원 등 도내 유력인사들이 총 망라되었다.

이 지사는 재선이다. 처음도 아닌 연임된 도백이 이런 방식으로 취임식을 꼭 해야만 했을까. 지사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도 주위에서 말려야 했고, 설령 도에서 안을 냈다면 당사자인 도지사가 손사래를 치는 것이 옳았다.

어떤 단체든 오래 앉아 있으면 타성에 젖기 쉽다. '타성'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각이 점점 협소해진다는 것이다. 봐야 할 것을 보지 않고, 지나쳐도 될 것에 연연하는 것이다. 지난 시기 장기 집권한 정권에서 그것을 똑똑히 확인하지 않았는가.

경북을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세우는 것은 좋지만 그 결기에 교만과 오기가 섞이면 곤란하다. 취임식에서 본 그의 눈매는 도민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끌고 가겠다는 아집의 눈빛으로 보였다. 기자에게만 그렇게 비쳤을까...

취재부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