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속담을 떠올리며 검찰의 반응이 있을 거란 예상은 했다. 검찰은 굼벵이가 아니라 그동안 국가 권력의 핵심으로 무소불위로 국민 위에 군림해 왔다. 

수사권 기소권 재판 진행권을 한 손에 쥔 그들은 그들의 임명권자인 현직 대통령까지도 우습게 여겼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를 향해 '기껏 5년짜리가 겁대가리 없이...'라는 말이 검찰총장을 비롯해 그들의 보편적 정서였다.

오늘 소위 '검수완박' 법(검찰청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 통과되었다. 국회가 입법부 즉 법을 만드는 기관이니까 검찰은 통과된 법에 근거해서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 

국회에서 이 법이 통과된 직후 대검이 짧은 논평문을 냈다. "검찰청법 통과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에게 심사숙고를 기대한다"는 내용이었다.

굼벵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는데 과도한 권력으로 비대증에 걸려 있던 검찰이 즉발적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위에서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짧은 논평에서 아직도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그들의 무지몽매를 본다.

형식은 희망 사항인 것 같지만 실 내용은 반협박조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또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을 향하여 이런 논평을 낸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흔치 않는 일이다. 무례하기 짝이 없다. 몸을 주체 못하고 넘어져서 헐뜩이는 거대 공룡의 최후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대통령에게 심사숙고를 기대한다는 것은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는 말이다. 검찰청법 통과를 결사 반대한 국힘당과 같은 결(結)의 바람이다. 바랄 것을 바라야지...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권의 핵심 정책 아젠더였다. 이것을 추진하다가 조국이 멸문지화를 당했고 급기야는 윤석열을 대통령이 되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검수완박' 법 통과로 국정의 짐을 하나 덜고 퇴임하게 되었다. 누누히 강조해 왔지만 쥐고 있던 권력을 검찰은 놓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옳은 것이든 그른 것이든 차치하고 말이다.

검찰은 지금 스스로를 되돌아 볼 때이다. 없는 죄도 만들어 감옥 보내고, 있는 죄도 덮어주어 혐의 없음으로 만든 그들 아니었나. 제 식구 감싸기는 한 편의 코메디를 방불케 하지 않았나.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역사의 물길을 되돌릴 수는 없다. 개정된 법에 따라 검찰권을 겸손하게 행사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로 거듭나기 바란다. 기소와 수사를 분리시키는 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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