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윤식(함석헌사상연구소 소장)

62년 전 오늘이 4.19혁명기의날이다. 기의起義라는 말은 자유민중이 부패/독재권력에 대하여 의분義憤을 일으켰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한다. 이 말은 이승만이 처음 부르짖었다. 여기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즐겨 쓰고 있는 정치세력과 반공밖에 모르는 민중들에게 한마디 하고자 한다.

이승만 권력에서 탄생한 미국/유럽식 ‘자유민주주의체제’는 1954년 8월 2차 개헌, 곧 3선 중임제한 철폐가 강제되면서 나타난 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自由라는 말은 반공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자유경제 체제를 말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말은 나라 사람들의 인권과 자유, 곧 인민주권을 모체로 하는 데모크라시=민중정치를 말함이 아니고 이 역시 반공주의를 뜻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이승만 권력 때 도입되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는 미국/유럽 본토의 자유민주주의의 본뜻과는 달리, 자유라는 말에도, 민주라는 말에도 모두 반공주의反共主義라는 뜻만 들어 있다. 이 말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이승만 때 지배계급이었던 친일관료들 때문이다.

이승만 권력에 빌붙었던 친일관료들은 바로 분단형 해방 직후, 북에서 도망 나온 친일적 군인과 경찰, 법관, 그리고 지주였다. 여기에 남쪽의 토착 친일세력들이 포함된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제 나라 민중을 억압하는 자들 편에 서서 제 나라 사람들을 탄압하고 팔아먹었던 자들이다.

이들 친일파들은 미국의 음모에 의하여 이 나라가 ‘분단형 해방’이 되자 곧바로 기회주의자가 되어 지지기반이 약했던 이승만에 빌붙어 친일면죄부를 스스로 만들어 낸다. 그것이 바로 일제 총독부가 그랬던 것처럼 반공주의였다.

이들 친일 지배관료들은, 반공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포장한다. 그리고 반공주의를 통하여 제 나라 사람(민중)을 억압하고 지배한 어처구니없는 자들이다. 그러니까 당시 대한민국에는 반공주의 이념을 국시로 하여 지배와 피지배라는 두 계급이 존재했다는 뜻이다. 곧 지배 세력은 친일적 엘리트 관료집단이었고, 피지배집단은 독립운동과 민족해방운동을 했던 지사/열사와 민중, 그리고 나라 사람 모두였다.

62년 전 1960년 4월 19일은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장기집권을 노리던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도화선이 된 날이다.

친일적 엘리트 관료집단에 의하여 나라 사람 전체가 억압을 받던 당시의 정치마당에서는 민주주의=민중정치가 결코 자라날 수가 없었다. 지배계급들은 민중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고 자신들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우겼다. 이게 일제 어용지식인들이 번역한 데모크라시=민주주의 개념이다. 이러한 데모크라시=민주주의라고 우기는 부도덕한 지배계급이 존재하는 한 데모크라시=민중정치는 영원히 정착될 수가 없다.

결국 이승만 자유당 부패권력의 모순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우연의 조각들이 모여 필연의 큰 강줄기를 만들어 냈다. 1960년 학생시민들이 의분이 폭발한 기의起義다. 이를 우리 역사에서는 4.19혁명이라고 말한다. 4.19혁명기의에서 타도의 대상이 되었던 자들이 바로 ‘친일적 엘리트 관료집단’이다. 친일적 엘리트관료집단과 이를 추종하는 민중이 바로 오늘날 ‘부도덕한 주류’의 본줄기가 된다.

4.19혁명으로 부도덕한 주류들을 물리치고 도덕적 주류들이 자리를 잡는가 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였다. 기회주의자요 친일장교였던 박정희에 의하여 다시 더 지독한 ‘부도덕한 주류’ 집단이 대한민국의 정치권력을 장악하게 된다. 부도덕한 주류들이 대한민국의 정치마당을 장악하고 있는 한 우리나라는 결코 데모크라시=민중정치가 뿌리를 내릴 수 없다.

그렇게 세계가 자랑하고 부러워하던 대한민국의 비폭력 평화적 촛불혁명의 불씨가 꺼지고 말았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2022년 3월 17일 대선에서 다시 부도덕한 주류들이 권력을 장악했다. 대한민국이 언제가야 데모크라시=민중정치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미래가 걱정이다.

황보윤식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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