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어떤 방식으로든 거머쥔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는 것이 사람의 일반적 심리이다. 이것이 조직화 될 때 불의가 정의로 둔갑하기도 한다. 지금 검찰이 하는 행태를 보면서 이런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거머쥔 권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으로 보여 안쓰럽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갖고 온갖 정치적 비행을 저질러온 검찰이 수사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며 똘똘 뭉쳐 검사동일체의 전범(典範)을 지금 보여주고 있다.

각 지검별로 소위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더니 급기야 오늘(4월 18일)은 전국 고검장 회의를 한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마치 슬럼가 조폭의 무력시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검찰이 자기 조직이 아닌, 진정 국민을 위한 일로 지검별 입장을 표명한 적이 과연 있었으며, 고검장들이 일과를 제쳐놓고 이렇게 '긴급' 모임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검찰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가. 검찰 자신인가 국민인가?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등에 업고 하는 이들의 행태가 곱지 않게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윤이 아닌 다른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해도 검찰의 이런 행태가 나올 수 있었을까. 납작 엎드려 자신의 보신책에 몰두하지 않으리라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정치 풍향계가 어떻든 검찰을 자기 갈 길을 가야 한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일한다면 세류에 편승할 겨를이 없다. 가장 정치적인 집단인 검찰에 이런 주문을 한다는 게 무리인 줄 알지만 그래도 한 가닥 기대를 놓지 않는다.

사람에겐 이런 야누스적 속성이 있다. 그렇지 않은 척하지만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속성 말이다. 적어도 검찰이라면 이런 속성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고 한다면 지나친 평가가 될까.

신참 검사들이 검사의 길로 들어서면서 하는 선서가 있다. 여기에도 분명히 나와 있다.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힘 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그런데 검사들이 이 선서에 부합하는 길을 걸어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검사가 수사권을 갖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형태이다. 이것에 대한 설명은 일제로 그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일제강점기 순사(경찰)들의 악행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했다. 수사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한민족에 대한 악행은 어떤 식으로든 되풀이되지 않아야 했다.

해방 뒤 이런 폐습을 없애려고 한시적으로 검찰로 넘겨진 수사권이 고착화되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을 행사하는 권력기관이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정권도 우습게 본다. "5년이면 물러날 정권이 겁대가리 없이..."라는 말은 검찰 두뇌에 자리잡고 있는 보편적 사고이다.

검찰공화국을 막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위 '검수완박' 국회 의결에 반대하는 국힘당도 언젠가 자신들도 검찰에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는 정권(구정권)에 강하고 뜨는 정권(신정권)엔 한없이 약한 것이 검찰의 모습이다. 물러난 지 얼마 안 된 대통령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지 않았는가.

지금 검찰은 검찰총장 출신 당선자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할 때가 아니다. 검사동일체원칙 운운하면서 무력 시위하듯 입장을 발표하고 고검장들이 모여 '검수완박' 반대를 외칠 때가 아니다. 힘을 줄여 국민에게 더욱 따뜻한 검찰이 되는 길이라면 '검수완박'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앞으로 두고 봐야 하겠지만 검찰공화국의 독재가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독재보다 더 무서울 것이라는 말들을 한다. 두뇌는 총칼보다 교묘하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다. 국민들의 이런 염려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검찰은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두목 납시오'처럼 조폭식 무력시위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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