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세상이 스피디하게 돌아간다. 도회지 생활에서는 잠시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빠르게 행동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언어생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온전한 단어를 사용하면 뒤진다고 생각하는지 약자(略字) 천국이다. 어른 애 가릴 것도 없다.

언어 사용에도 원칙이 있는 법인데 그것까지 흔들리고 있다. 은어 비속어 약어 사용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SNS의 발달로 이런 현상은 갈수록 더할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언어 중 내가 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들이 한둘 아니다. 언어생활로부터 소외받고 있다고나 할까. 이런 언어파괴 현상을 바로잡고자 노력하는 단체나 사람들도 만나기 쉽지 않다.

기관 단체, 개인이 행사 또는 사건을 보도해 달라며 종종 보도자료가 신문사 데스크로 날아든다. 그중 관공서의 것들도 있다. 보낸 자료를 검토해서 기사로 올리고 있다.

그중 경상북도청 대변인실에서 보내오는 보도자료는 좀 더 신경을 써서 검토작업을 한다. 철자와 띄어쓰기 등 교정을 본 뒤, 기사의 경중을 따져서 적당한 위치를 찾아 올린다.

경상북도 대변인실에서 보내오는 자료에 대해 지적할 게 있다. 경상북도의 약칭(略稱)에 대한 문제이다. 경상북도의 축약형 단어로 '경북도'와 '경북'을 사용하고 있다. 이 둘 중 '경북도'가 압도적이다.

‘경상북도’→‘경북도’ 이것은 몇 가지 점에서 부자연스럽다. 먼저, 네 음절 단어를 줄여 쓸 땐 두 음절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경상북도는 '경북'으로 축약해 쓰는 것이 좋다. 또 오랜 기간 그렇게 써 왔다.

둘째, '경북도'라고 쓸 땐 이해에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여기서의 '도'는 '경상북도'의 '도(道)'를 말하는 것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역시', '또한' 의 뜻을 가진 보조사로 읽힐 수도 있다. '경북도'를 '경상북도'의 약어로 사용했는데, '경북 또한'의 뜻으로 오해할 수 있다.

셋째, ‘경상남북도’→ ‘경상도’. 원래 경상도였던 것이 구한말 행정 구역 개편 때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로 나뉘었다. 지금도 두 도(道)를 통칭 '경상도' 또는 광역시로 독립한 부산 대구 울산을 아울러서 영남이라고 한다.

'경상남북도' 다섯 음절이 '경상도' 세 음절의 축약 형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다섯 음절의 축약이 3음절일 때 네 음절의 축약은 2음절이 되는 게 우리의 언어습관에 맞다.

넷째, 경상북도의 어원은 경주와 상주의 두문자(頭文字)를 차용해서 '경상도' → '경상북도'가 된 것이다. 따라서 '경북도'로 표기할 경우 단어에서 '경주(경)'만 살아남고, '상주(상)'는 사라지게 된다.

중앙에 비해 지방이 홀대받고 있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경주, 상주 둘 다 발전이 더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상주가 더 하다. 그런 중에 경주는 관광도시로 특성화해서 상주보다는 도시 사정이 좀 낫다.

'경상북도'의 약칭 '경북도'에 상주의 이미지가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좋기는 줄이지 않고 '경상북도' 네 음절을 모두 사용하는 게 좋다. 특히 관공서에서 쓰는 공적 문서에는 ‘경상북도’가 되어야 한다.

초고속으로 변화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쓰는 것도 지금은 수기(手記)보다 PC 자판을 주로 이용한다. PC 자판의 경우, 약칭이 아니라 온전한 단어를 쓴다고 해도 시간과 수고가 그렇게 늘어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해서 공공기관의 공적 문서 또는 보도자료에 '경북도'가 아닌 '경상북도'로 쓰면 좋겠다고 제언하는 것이다. 언어는 습관이란 말이 있듯이 부자연스런 것도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된다는 말들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바르게 써서 그것이 습관화되고 굳어지는 것이 좋다. 우리의 언어를 든든히 세우는 길이다. 공공기관이 자연스럽지 못한 시대 조류에 영합하는 것은 피할 일이다. 참고하기 바란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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