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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류근의 '괜찮습니다'
편집부 | 승인 2022.03.12 08:59

          괜찮습니다

                             詩 / 류 근

또 졌습니다. 괜찮습니다.
군인이 지배하는 나라에도 살아봤습니다.
사기꾼, 무능력자가 지배하는 나라에도 살아봤습니다.
괜찮습니다. 안 죽었습니다.

살아남은 우리끼리
서로의 체온을 확인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안 죽습니다.
죽으면 안 됩니다.

진심을 다해서
나쁜 놈이 지배하는 세상 막자고
울며 소리치며 온 힘을 다했습니다.
맞습니다.
우린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아,
우리 시대의 실력이 여기까지입니다.
나라의 운명이 여기까지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힘을 냅시다.
이제 검사가 지배하는 나라에 몇년 살아봅시다.
어떤 나라가 되는지 경험해 봅시다.
어떤 범죄가 살고
어떤 범죄가 죽는지 지켜봅시다.
보수를 참칭하는 자들이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지켜봅시다.
나라가 어떻게 위태로워지는지 지켜봅시다.
청년과 여성과 노인들이 얼마나 괴로워지는지
지켜봅시다.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더 가난해지는지
지켜봅시다.
검사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나라
재미있게 살아봅시다.

괜찮습니다.
안 죽습니다.

권력보다
백성과 역사가 훨씬 오래 살아남습니다.
권력은 죽어도
백성은 살아남습니다.
나라는 망해도
백성은 살아남습니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죽지 말고
살아남읍시다.
검사가 지배하는 나라
재미있게 즐겨봅시다.

괜찮습니다.
당신이 거기 계셔서 괜찮습니다.
우리가 여기 있어서 괜찮습니다.
진정으로
괜찮습니다

우린 또 이기면 됩니다.
괜찮습니다.

* 기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허탈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미래를 장밋빛 희망으로 그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온통 잿빛 암울함으로 덧칠하는 이도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결과가 사람들을 이렇게 갈라 놓습니다. 어쨌든 대한민국호라는 한 배를 탄 사람들인데, 반쪽으로 쫙 나뉜 모습들이 이렇게 상반되니 마음이 아픕니다. 온도 차는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다 같이 즐거워하는 대선은 우리에겐 이상(理想)의 영역이겠지요? 그럴 것입니다. 문학의 사회적 기능에 생각들이 다를 수 있습니다. 1960년대 이 주제를 갖고 김수영-이어령이 첨예하게 '순수-참여' 논쟁을 벌였던 적이 있지요. 이젠 두 분 다 고인이 되셨습니다. 문학이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힘을 북돋아 주고 또 절망을 이겨내는 용기를 주는 것이라면 사회 현상에 적극 참여하는 시의 위상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류근의 시 '괜찮습니다'를 이런 점에서 소개합니다. 기쁨의 사람들에겐 감정 절제를, 허탈해 하는 사람들에겐 상실감에서의 회복을... (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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