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어퍼컷 세레머니 유감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막상막하(莫上莫下)의 싸움이라고 한다. 손에 땀이 날 정도다. 누구는 선거를 전쟁이라고 명명하고 신발끈을 조여 맨다는 말도 들린다. 사즉필생(死卽必生), 생즉필사(生卽必死)를 주창하며 긴장 분위기를 연출한다지만 선거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외면하지 못하고 대선 선거운동을 종종 본다. 후보들이 각각 특징들을 만들어서 유권자를 만나고 있어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눈에 쏙 들어오는 것이 없다. 품격 갖춘 선거운동이 되면 좋으련만 그게 아니다. 도피성을 쌓고 지내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을까.

선거운동 중 눈에 거슬리는 앞자리 순서는 단연 윤석열의 어퍼컷 세레머니다. 모인 군중 앞에서 허공으로 내지르는 어퍼컷은 여러 가지를 떠오르게 한다. 그중 하나가 과연 대통령 후보에게 어울리는 액션인가 하는 점이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본인과 선대위는 현 정권과 상대 후보를 염두에 두고 유세 때마다 주먹을 휘두르겠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그 주먹의 목적물이 자신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정권 교체가 지상 대명이고 대선에서의 당선이 필연지사(必然之事)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자세는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대통령이다. 따라서 국민 전체를 끌어안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야 한다.

그런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 방에 날려 버린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왜 권투 시합에서 많이 보지 않았나. 어퍼컷 한 방에 넉 다운되어 경기에 패하는 선수를…. 윤석열의 경우, 이 어퍼컷 세레머니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아름아름 전해지고 있다.

윤의 지인들에 의하면 이 어퍼컷 세레머니는 룸살롱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술 좋아하는 윤이 룸살롱에 달린 노래방에서 한 곡조 뽑은 후 나오는 점수가 좋을 때 허공을 향해 어퍼컷을 날리면서 기쁨을 만끽하곤 했다고 전한다. 알코올로 인한 객기다.

술을 들이켜고 기분 좋아서 한 술집에서의 행동을 선거 유세에 써먹는다고나 할까. 그게 어때서? 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국민을 주인으로, 대통령 후보인 자신을 상머슴으로 여긴다면 룸살롱의 술 문화를 유세장으로 끌어내는 것은 불경하다.

불경은 천박한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런 어퍼컷 세레머니를 후보와 선대위 관계자들은 굿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노래방 아니면 권투장의 링 또는 축구장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장면을 대통령 선거운동에서 보는 것은 유쾌한 일이 못 된다.

하지만 솔직히 한편으론 연민의 정이 인다. 26년을 검사로 생활한 윤은 엘리트 의식에 젖어 있다. 엘리트 의식의 특성 중 하나는 사람과 사물을 자신의 발 아래 둔다는 것이다. 그는 교수를 부모로 둔 유복한 가정에서 일반 서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삶을 영위해 왔다.

사회생활도 검사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의 검사 생활은 문재인 정권에서 꽃을 피웠다. 지방에 있던 그를 많은 반대 의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받고서다.

윤이 약속한 것과는 달리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을 때에도 '현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감쌌다. 임명권자와 당시 여권 핵심이 윤의 흑심을 읽지 못하고 결정한 일인데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신부작족(信斧斫足)이란 말이 떠오른다.

그가 대선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것도 의아하지만 윤을 대선 후보로 덥석 뽑은 국힘당도 의아하기는 그것 이상이다. 정치 신인이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되었으니까. 기라성 같은 정치 선배들을 제쳐두고 말이다. 정치인으로 적응할 시간도 미처 없었다.

여기서 나온 것이 어퍼컷 세레머니다. 유세장의 주인공은 분명 자신인데 모인 군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어퍼컷 세레머니. 자신의 제스쳐 중 가장 자신이 있는 것, 취기 오른 술집 노래방에서 자주 행했던 것.

어퍼컷 세레머니! 이것 아니었으면 유세장 단상 위의 그가 얼마나 초라했을까. 여기에 연민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어퍼컷도 오늘(3월 8일)로써 종언을 고하게 된다. 윤이 어떤 상황에 처하든 어퍼컷 액션은 꼬리를 감추게 될 것이다.

볼 수 없게 될 때 더 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이별’을 주제로 한 가요가 더 슬픈 것도 이런 연유가 아니겠나.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윤을 노래방으로 불러내어 그의 18번이라고 하는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함께 간드러지게 뽑아 볼꺼나....

발행인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