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윤식(함석헌평화연구소 소장)

2022년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특별한 해입니다. 동양사상으로 흑호(黑虎)의 해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정치적·사회적 성향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를 결정짓는 해입니다.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는 해라는 뜻입니다.

이 나라는 이제까지, 일제 병탄(倂呑)과 그들의 노예 상태에서 해방(분단형)이 된 이후 또 다시 미국의 배후 조정을 받는 반노예상태에 놓여왔습니다. 이 탓으로 반공 자유주의와 독재 민주주의 세력이 이 나라의 권력자가 되어 국민 위에 군림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역사 시간의 흐름과 함께 국민의 인지가 깨어났습니다.

그 결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서 ‘반공’과 ‘독재’라는 개념을 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 사람들은 진정한 자유주의와 민중정치 발전을 위해 선거혁명을 일으켰습니다. 곧 1997년 12월 15대 대통령에 김대중이 당선된 일입니다. 이어서 2002년 12월 16대 대통령에 노무현이 당선된 일입니다.

이후로 이 나라에는 정치적 수작手作에 의하여 진보와 보수 세력이라는 두 그룹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전혀 엉뚱하게 와전되어 설명되고 있습니다. 곧 보수=애국자=민족중흥=친미자유, 진보=빨갱이=민족반역=반미공산이라는 등식입니다.

이 설명과 유행어는 크게 잘못되었습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보수도 진보도 똑같이 나라와 사회발전을 위하여 노력하는 부류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진보세력은 인간의 자유와 민중정치를 지향하는 세력이 되고, 보수는 자본적 자유와 거짓 민주정치(민중정치가 아닌) 를 지향하는 세력입니다.

따라서 진보세력은 우리 민족의 발전을 위해 민족통일, 곧 남북민족의 통합과 평화를 전략적으로 지향합니다. 그러나 보수는 남북협력과 평화유지 비용을 대한민국 사람들의 유흥과 물질적 만족에 쓰자는 세력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보세력에 대하여 도덕적 부류라 하고, 보수세력을 부도덕한 주류라고 합니다.

보수집단도 개혁을 추구하는 세력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집단은 “말만 개혁을 내세우면서 개혁에 소극적인 태도, 더 나아가 수구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진보집단은 ‘부도덕한 세력’과는 선을 긋습니다. 부도덕한 주류인 보수집단은 개인과 가족의 이익에 충실합니다. 이들은 개인과 집단을 포함한 사회이익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포장을 합니다.

그러나 도덕적 부류인 진보세력은 자신의 이익과 집단의 이익을 초월합니다. 이들은 전체 사회변화와 나라 발전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급진적인 태도를 보이는 계층입니다. 이들은 인간의 본질에 충실합니다. 인간의 천부적 인권을 수호하려는 데 적극적인 관심을 갖습니다. 정치적 압력과 경제적 착취, 사회적 편파, 문화적 불이익에 의하여 인간의 천부인권이 유린 되는 것을 시정하거나 폐지하려는 세력입니다.

따라서 지금 이 나라에서 보수를 자유주의자, 진보를 공산주의자로 편을 갈라 말하는 것은 개념 파악 자체부터 잘못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개념이 사회에 유통되도록 내버려 두는 지식인들은 직무유기를 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개념이 유통되도록 방치하는 정치권도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다는 생각입니다.

곧 이념적 분단을 이용한 권력 찬탈과 유지입니다. 때문에 이 나라는 지금 “진보다 보수다”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나라가 어디로 가야 하나” 그리고 “나라의 중심이 누구냐”를 놓고 따질 때입니다. 그래서 함석헌은 이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진작부터 내놓았습니다. ‘나라’와 ‘국가’에 대한 구분입니다. 함석헌의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라는 사회적 의미의 전통적 나라를 말하고, 국가는 정치적 의미의 근대적 국가라는 설명입니다. 곧, 함석헌이 말하는 ‘나라’는 인간성(인정과 의리)과 종교신앙에 근거를 둔 관습법(불문법)으로 유지되는 전통사회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전통사회, 곧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는 성군 타입의 족장이거나 덕망을 갖춘 자라고 말합니다. 오늘날로 보면 도덕적 부류입니다.

그런데 역사의 시간이 흐르면서 개인적 자각이 일어납니다. 지능적 교만을 지닌 어떤 분자가 나왔다는 뜻입니다. 이 어떤 교만을 가진 분자는 지배욕을 발동시켜 나라를 도둑질합니다. 나라를 도둑질한 자를 역사적으로 영웅(英雄)이라 불러왔습니다. 이들 정치적 영웅은 복잡해진 사회에서 자신의 권력을 방어하기 위한 권력의 보호 수단으로 성문법(成文法)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 성문법에 의해 백성/인민을 강제하고 압박합니다.

이들 정치적 영웅들은 성문법에 근거하여 인민을 강제하는 것을 사회질서를 위한 사회통제라고 말합니다. 함석헌은 정치적 영웅이 나타나면서 전통사회의 ‘나라’가 근대사회의‘국가’로 양태 변화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라의 지도자는 聖君(덕망을 갖춘 자)이지만, 국가의 지배자는 英雄(지능적 교만자)이라고 말합니다. (《함석헌저작집》 12권, 한길사, 2009, 50쪽)

이와 같이, 함석헌은 정치(대통령 이하 국회의원, 장관들)하는 자(영웅)들을, 참된 사회질서를 가지고 있던 나라를 도둑질한 권력자들이라고 말합니다. 이들 국가의 권력자들은 법을 만들고 힘을 소유합니다. 이 탓으로 정치적 분쟁이 야기됩니다. 정치적 분쟁을 통하여 권력을 장악한 자들은 인간의 믿음과 도덕을 무시합니다. 그리고 민중(씨알=인민)을 무시하고 노골적인 권력정치를 행사합니다.

바로 씨알을 무시하는 정치를 정부지상주의, 국가지상주의라고 함석헌은 말합니다. 이제 세계가 하나로 되어 가는 오늘날부터 미래에는 정부지상주의, 국가지상주의는 소멸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20대 대선경쟁에서 아직도 세계주의를 모르고 오로지 국가지상주의만을 주장하며 권력지향적으로 나가는 후보자가 있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올해 대통령 선거는 이 나라 사람들이 시대정신을 살리는 표심을 발휘할 때라고 봅니다. 국가가 먼저 아닙니다. 나라 사람/민중이 중심이 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데모크라시를 민주주의로 해석하기보다는 민중정치로 해석하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를 놓고 싸우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생각입니다. 지금 대선에서 싸움의 핵심은 정치적 권력자가 더 이상 나라 사람(씨알/민중)을 바보로 만드는 그런 정치를 할 사람은 뽑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국가지상주의가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세계가 평화주의를 지향해가는 이때에 민족분단을 부채질하고 전쟁 분위기를 권력에 이용하려는 그런 권력자가 더 이상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함석헌의 말 마따나 이제는 ‘국가’가 아닌 ‘나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정치 세계는 이제 폭력, 독재의 상징인 권력자(영웅)가 아니라. 성군(聖君), 현덕(賢德)의 상징인 진정한 ‘머슴’들이 나와야 합니다.

나라 사람들도 이제는 주인정신을 챙겨야 할 때라고 봅니다. 자기 이익만 생각하고 나라의 이익은 나몰라라 하는 욕심에서 엉뚱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놓고 또다시 촛불혁명을 일으킨다면 그때는 나라 발전이 늦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나라를 도적질하려는, 21세기 대명천지에 개인의 사악한 목적을 가지고 미신의 힘으로 정치권력만 잡으려 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황보윤식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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