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교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

한 세대 먼저 지나온 선배가 청년 후배들에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대선 투표 시간이 다가옵니다. 지금까지 2030세대가 이렇게 크게 관심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청년이 미래 희망이 아닌 박탈감의 상징으로 소환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나는 이번 청년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의 발전방식을 바꾸는 기회로 승화되기를 기대하면서, 한 세대 먼저 지나온 선배의 심정을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대한민국은 불의에 항거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청년의 열정으로 발전시켜왔습니다. 민주주의 싹을 지켜낸 4.19혁명, 군사독재를 몰아내고 대중민주주의 시대를 연 6월 항쟁, 권력의 주인이 국민임을 증명한 평화적 촛불혁명, 이것은 각각 세대를 달리한 청년의 희생과 노력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저는 청년의 각성과 열정으로 발전시켜 온 이 전통이 오늘도 계속될 것으로 믿기에, 한국의 미래도 밝게 보고 있습니다.

87년 이후 우리는 몇 번의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주의 형식을 완성시켰지만, 대통령에 따라 그 내용과 운영은 크게 달랐습니다. 우리 민주주의가 아직 완전히 성숙되지 못한 증거입니다. 이번 선거는 경제선진국 진입을 보장할 민주정치를 유지할 것인지, 법치를 가장한 검찰독재로 후퇴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선택입니다.

핵심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민주가치 지속 여부입니다. 권력을 국민이 갖느냐 검찰을 정점으로 한 기득권이 갖느냐 문제입니다. 만약 윤석열이 대통령이 돼 검찰-사법부-언론의 기득권 카르텔이 더 강화된다면, 국민주권 원칙과 자유와 평등의 민주가치를 더 이상 지킬 수 없습니다. 그 위험성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 이미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주술에 의존하고 정치보복과 혐오를 전면에 내세운 그가 당선되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아직도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미중 패권경쟁으로 항상 외교적 딜레마를 안고 사는 나라에서, 심각한 양극화와 사회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에서, 4차산업혁명 대전환을 추진하는 10대 경제규모 나라에서, 남북 평화체제 구축이 최대 과제이자 경쟁력의 최후 원천인 나라에서, 각 분야 전문가 말을 이해도 못하는 후보에게 대통령의 중책을 맡긴다면, 조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극단적 이념에 빠져 사드 추가 배치와 선제타격론으로 전쟁불사를 공언하는 사람에게 군 통수권을 맡긴다면, 우리의 평화와 안전은 어떻게 될까요? 최저임금제 폐지와 주 120시간 노동을 주장하는 사람이 정책을 결정한다면, 청년의 삶과 꿈은 어떻게 될까요?

전두환 시대의 어두운 기억이 선명한 나는 청년들이 이 민주주의 퇴행 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해 주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사법쿠데타가 일어난 브라질은 정치와 경제수준이 한 순간에 추락했고,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가 된 폴란드는 동유럽 민주주의 모범국에서 최악의 인권유린국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나라의 비극은 군사독재가 아닌 검찰독재 사법독재에서 시작됐습니다. 합법으로 포장된 검찰독재는 이렇게 무섭습니다. 항상 각성하고 견제하지 않으면 수십년의 노력과 희생으로 이룩한 민주주의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만약 윤석열이 당선된다면, 형식적 민주주의는 유지하겠지만 검찰독재로 인해 민주가치는 크게 후퇴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또 그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지난한 싸움을 전개하고, 새로운 경제사회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늦춰지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 세대 청년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룬 민주와 발전을 오늘의 청년세대가 지키고 이어가야 합니다. 극한경쟁과 코로나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후배에게 위로도 제대로 못하면서, 다시 청년의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대한민국이 너무나 절박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 대열 입구에 막 들어선 한국이 여기서 발전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국가 대전환의 청사진을 가지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능력 있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보복이 아니라 통합을,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열어나가야 합니다.

유능하고 민주적인 대통령과 함께 여러분의 생각을 나누고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갑시다. 나 자신과 대한민국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투표합시다. 나는 늘 그래왔던 청년의 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열정을 믿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청년시절 열정을 가졌던 한 선배가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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