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베이징=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2022.2.5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출연한 것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56개 소수민족 대표자가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순서에서 흰색 저고리와 분홍색 치마를 입은 조선족 여성이 등장한 것이다. 스크린 영상에서는 한복을 입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덕담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소개됐다.

이를 지켜본 우리 국민은 한국 역사를 자신들의 것으로 삼으려는 '동북공정'에 빗대 '문화공정' '한복 공정'이라는 성토를 쏟아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부를 대표해 현지에서 개회식을 직접 관전했다. 그도 한복 차림이었다. 황 장관은 5일 외교적 항의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싸우자고 덤벼드는 순간 실익이 뭐가 있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중국을 비판하며 정부 대응을 촉구했다. 민주당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너무 중차대한 문제"라면서 "중국 정부의 문화공정 중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소영 선대위 대변인은 SNS에 "실리외교를 위해서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탄했고, 황규환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각종 외교 사안에서 늘 저자세를 유지했다. 단호한 대응이 있었다면 이번 일이 재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후보들도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 실용 외교를 강조하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축제의 시간을 문화공정의 시간으로 삼지 않는가 하는 일각의 우려에 중국 정부는 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라고 언급한 뒤 "(고구려와 발해 역사는) 남의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SNS를 통해 "한복은 대한민국 문화"라며 "중국 당국에 말한다. 한푸(漢服)가 아니라 한복(韓服)이다"라고 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반쪽 대회'로 치러진다. 미국 등 서방권이 선수만 파견하고 정부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에 나선 탓이다. 개회식에 참석한 각국 정상이나 정상급 인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해 20여 명에 불과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중국의 인권 문제를 들어 주관 방송사인 NBC에 올림픽 중계 철회까지 요구했다. 여기에는 2008년 하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이번 동계올림픽도 '평화의 제전'이라는 취지보다는 '대국굴기'(大國堀起)로 요약되는 중국의 정치선전 무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최근 중국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주변국을 힘으로 누르는 거친 외교를 노골화하는 추세다. 이번 '한복 공정'도 그러한 외교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라는 '중화주의'의 오만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대국'을 자처하는 중국이 취할 태도가 아닐뿐더러 국제 사회에서도 더는 통용되지 않는다.

문화는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지난해 '한복'(hanbok)을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새 단어로 올렸다. 외교부는 6일 "중국 측에 고유한 문화에 대한 존중과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한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 전달하고 있으며 이런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통'은 하되 공식적인 '항의' 의사는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외교는 국익과 실리가 중요하고 감정적 대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상대의 횡포에 저항하지 않으면 '계속 그래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기 마련이다.

사드로 우리를 괴롭혔던 중국은 앞으로도 경제적 의존을 볼모로 우리를 계속 압박할지 모른다. 한국은 현재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 8위의 무역액, 6위 군사력을 갖춘 선진국이다. 국익을 철저히 따지되 때로는 이러한 위상에 걸맞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연합시론]은 본 신문과 편집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김천일보 편집자 주).

yna 편집부  gcilbonews@daum.net

yna 편집부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