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부항댐 둘레길에서...

           빨주노초파남보
                     童詩/ 신경림(1936~  )

우리 교실은 빨주노초파남보
나리 옷은 빨갛고
하나 옷은 주황
미나 옷은 노랗다
서로 어우러져 무지개 같다

우리 집 식탁은 빨주노초파남보
시금치 나물이 초록이고
미역국은 파랑
가지 무침이 남빛이다
서로 빛깔을 뽐내는 게 꽃밭 같다

우리 동네 재래시장은 빨주노초파남보
과일과 생선도 빨갛고 노랗고
산나물과 버섯은 보랏빛이고 남빛이다
신발은 빨갛고 그릇은 노랗다
다투어 예쁘다고 뽐내면서

별로 수놓은 밤하늘처럼 아름답게
모두모두 빨주노초파남보
***  ***  ***  ***  ***  ***  ***  ***

설날의 마지막 휴일 방안에만 있기에는 무료해서 부항댐 둘레길에 들렀습니다.
첫 눈에 확 들어오는 조형물이 보이네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의자입니다.

어릴적 학교를 다닐때는 무지개 색깔을 "빨주노초파남보"로 외우던 기억이 납니다. 소나기가 내리고 난 뒤에 빨주노초파남보로 무지개가 뜨면 참 고왔다는 기억도 선명하게 남아 있구요  
일곱색깔은 꿈의 색깔이라고나 할까요?

사실 무지개가 일곱 색깔인지는 지금도 조금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구요. 학생들은 여전히 일곱색깔 무지개로 공부를 하겠지요?

또 있습니다. 저는 무지개하면 중학생 시절에 읽었던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를 떠올립니다. 소설 '소나기'에 나오는 어린 주인공들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와 무지개는 너무나 잘 어울렸지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득한 기억속의 가슴 시린 풋사랑까지 잊어버린 것은 절대로 아니랍니다.

        (부항댐 둘레길은 약 8km입니다)
 
2시간 만에 둘레길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오늘따라 기분좋은 무지개까지 만났구요.

"별로 수놓은 밤하늘처럼 아름답게 모두모두 빨주노초파남보" 
동시(童詩)의 마지막 구절을 음미하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ps)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데....
무지개의자 위에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조형물이라도 하나 세운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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