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열 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복음과 상황> 올 2월호에 게재된 안창남 교수(강남대학교 세무학과)의 <세금은 연대의 연결고리>라는 인터뷰를 재미있게 읽었다. 인터뷰 중에 안 교수는 국회예산처 2022년도 예산안 분석보고서에 의거, “이번 대통령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만 따져도 2,836억 2,600만원 정도다. 이 돈은 우리가 낸 세금인데, 여기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고 세무학 전문가로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 기사를 읽고, 지금 프랑스에 체재하고 있는 안 교수께 이메일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 글은 안 교수와의 문답을 통해 작성된 것이다.

먼저 국고지원 2,836억 2천만원의 산출근거를 물었다. 안 교수는 현행 ‘공직선거법’ 제122조의 2(선거비용의 보전) 제1항에, 대선 후보자가 지출한 선거비용(이번 대선의 경우 상한액: 1인당 513억900만원) 중, 그가 얻은 득표수가 유효 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얻으면 513억900만원 100% 전액을, 10%에서 15%를 얻으면 50%를, 선거일 이후에 보전(=국가가 부담)한다고 했다.

이 경우 선거비용을 제대로 보전받지 못할 정도의 유효투표율을 얻는다면 후보자 본인의 호주머니에서 선거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존 대통령선거 등을 감안하여 올해의 경우 일단 최대 2,836억 2천만원을 계상한 것 같다는 것이다.

‘선거비용’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119조(선거비용 등의 정의)에 언급하고 있는데, 해당 조항 ① 1에는 “후보자가 이 법에 위반되는 선거운동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과 기부행위제한규정을 위반하여 지출한 비용”이라 했다.

① 2에는 “정당, 정당선거사무소의 소장, 후보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선거사무장ㆍ선거연락소장ㆍ회계책임자가 해당 후보자의 선거운동(위법선거운동을 포함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과 기부행위제한규정을 위반하여 지출한 비용”이라 했다.

① 3에는 “선거사무장․선거연락소장․회계책임자로 선임된 사람이 선임ㆍ신고되기 전까지 해당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과 기부행위제한규정을 위반하여 지출한 비용”이라고 규정했다. 말하자면 선거에 관한 일체의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선거비용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은 의외로 저조하다(사진=연합뉴스)

공직선거법에 명시한 ‘선거비용’ 규정을 보면서 이렇게 선거비용을 국고로 부담하는 데 대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의 법원 판결이 나는 것도 이런 선거법 규정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필자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은 ‘후보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이 선거운동에서 지출하는 비용도 ‘공직선거법상 선거비용’에 포함, 국고에서 지불된다는 것이다. 모 후보의 배우자 문제가 여론에 등장될 때 누구도 ‘후보자의 배우자’ 선거비용이 국고에서 지불된다는 것을 지적한 경우는 없었다.

이번 대선에서 각 정당은 유효투표총수의 15% 이상을 얻으면 513억900만원까지 그 전액을 보상받게 된다. 이렇게 선거비용을 국고로 부담하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선거를 빙자하여 정치자금을 갈취하는 행위를 근절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과거 ‘차떼기’로 자금을 끌어모은 사례에서 보듯이, 선거를 이용하여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모금하는 것을 엄단하겠다는 것이다.

국고에서 선거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불법정치자금방지 못지 않게 납세자인 국민들에게 후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강제하려는 의지도 읽을 수 있다. 국민 세금에 의한 선거인 만큼 후보는 납세자 앞에 자기 전체를 솔직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주문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대선 후보자들의 납세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유감스럽다. 최근 무산된 양자 토론만 하더라도, 처음에 자료 없이 토론하자고 제안했다가 막판에 자료 없이는 토론에 나가지 않겠다고 표변한 공당의 식언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그 식언을 꼬투리 삼아 자료를 지참한 토론은 안된다고 고집한 처사 또한 공당답지 않다.

토론 중 자료에 의존하는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는, 비록 들고나온 자료로 장난칠 경우까지 감안하더라도, 국민의 예리한 평가에 맡겨야 한다. 덧붙여 4자토론을 고집하는 분들에게 묻는다.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자신들의 주장이 법원의 판단까지 받아냈는데, 앞으로 허 모의 ‘국가혁명당’ 같은 정당들이 당신들이 내세운 논리로 4자토론을 금지하고 다자토론을 요구했을 때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이만열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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