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은 울긋불긋하다. 가까이 보면 자세히 보인다. 시들어버린 꽃에 눈이 머물렀다. 화려함의 끝은 처량하다. 말라버린 잎이 매달려 있다.

나무 밑에 낙엽이 쌓였다. 세월은 거스를 수 없다. 자연은 흐른다. 새순이 자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떨어져 땅으로 돌아간다.

앙상한 가지 위에 나뭇가지로 둥글게 만든 새집이 덩그러니 걸쳐있다. 추워보였다. 재잘거리던 새는 어디로 갔을까?

무성했던 나뭇잎이 떨어지니 비로소 보이는 것이 많다. 눈앞에만 보고 뒤에는 잊고 있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마른 가지 위에 붉은 장미 한 송이가 피었다. 따뜻한 햇볕에 봄인 줄 착각했나 보다.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된다. 일찍 핀 꽃은 추운 겨울을 어떻게 견딜까?

가을은 고독하다. 마음은 깊에 가라앉았다. 하늘을 바라보고 산을 쳐다보며 걷고 또 걸었다. 아프면 아픈 대로 살아가야 한다. 누가 어루만질 수 있겠는가? 외롭다.

금오저수지는 경북도립공원인 금오산(976m)을 바라보고 있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이 평화롭다. 금오산은 울창한 숲과 화강암의 기암괴석이 많아 금강산을 닮았다. 그래서 소금강이라고 불렀다. 몇 번을 올랐다. 언제쯤 현월봉에 오를 수 있을까?

금오저수지는 1946년 12월 31일에 완공되었다. 80년대의 풍광과는 많이 다르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2.7km 올레길을 가을 풍취 감상하며 걸으면 40여 분 걸린다.

오리배가 평화롭게 떠다녔다. 오랜만에 일상을 찾아가는 것일까? 부잔교 위를 걸으면 물 위를 걷는 듯하다. 가을이 깊어간다.

태원용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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