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그 사람의 얼굴이다. 쓰는 단어와 말의 내용으로 사람을 대강 파악할 수 있다. 인격이 드러나기도 한다.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세상을 바라는지 알 수 있다.

비록 대화는 해보지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사람을 파악할 때도 있다. 특히 사회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투시경을 통해 사람의 수준을 가늠한다. 지금은 대선의 계절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자주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정치 지도자연하는 사람들은 말을 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말 실수로 국민들에게 불쾌감을 안겨주는 것은 또 하나의 공해이고 스트레스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인들의 실언을 너그럽게 보아 넘길 만큼 여유롭지 않다.

장애인 단체 회원과 대화하는 윤석열 대선후보(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운데)와 이준석 대표(왼쪽)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대학로 거리 플렛폼74에서 열린 청년문화예술인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입구에서 윤 후보와 면담을 요구하던 장애인 단체 회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1.12.8 [국회사진기자단] srbaek@yna.co.kr

최근 국힘당 두 사람의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8일이었다. 윤석열 후보가 대학로 한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는 길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던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맞닥뜨렸다. 장애인들의 건의가 있었다.

윤석열은 그 자리에서 "정상인과 똑같이 차별받지 않고 역량을 다 발휘할 수 있겠금 하겠다"고 발언했다. 윤 후보는 장애인의 반대 개념으로 '정상인'이란 표현을 썼을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즉석 수정을 요구받았다.

윤의 평소 장애인 관(觀)이 노출된 것이다. 장애인을 사회적 약자라고 한다. 윤석열의 생각 안엔 '장애인=비정상인', '비장애인=정상인"이라는 관념이 고정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언어란 습관'이란 말이 있다.

같은 캠프 사람을 하나 더 소환해 보자. 우여곡절 끝에 윤석열 캠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김종인의 경우이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의 갈등설에 대한 발언을 하면서 "맹목적으로 시장을 믿는 사람은 정신적 불구자"라고 했다.

그의 발언에서 '불구자'란 단어가 튀어나온 것에 적이 당황했다. 장애에 대한 잘못된 용어는 당사자들에게 거부감을 주어 마음의 상처가 되기 쉽다. 따라서 정부와 관계 기관ㆍ단체에서는 순화해서 쓸 것을 권장한다.

'불구자'도 그런 단어에 포함된다. 이것의 순화된 단어는 '장애인'이다. 불구자(不具者)란 신체의 어느 부분이 온전치 못한 것을 이른다. '不(아닐 불)'이 붙음으로 벌써 부정적 인식으로 강하게 전달되지 않는가.

약자 사랑은 이런 용어를 쓰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국힘당이 부자와 강자(强者)들을 위한 당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윤석열 후보가 비장애인을 정상인이라고 표현한 것이나 김종인 위원장이 장애인을 불구자로 발언한 것은 일맥상통한다.

정치(政治)는 정치(正治)라는 말이 있다. 바르게 다스려야 제 몫을 한다는 뜻이다. 골고루 살펴서 가능한 소외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정치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는 그렇지 못했다. 장애인들을 비하하는 용어가 거리낌 없이 사용되는 것은 그 산물로 봐야 한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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