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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주한미군은 떠날까?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편집부 | 승인 2021.11.26 19:22
정욱식 대표(평화네트워크)

국내외 일각에선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한국전쟁이 끝난 만큼 주한미군이 주둔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핵심 논리로 거론되고 있다.

1차적인 관심사는 종전선언 채택 이후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것인가의 여부로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9월 초에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특사단에게 "종전선언은 한미동맹의 약화나 주한미군 철수와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 내 일각에서 "북한이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주한미군 철수를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이들을 향해 '안심하고 종전선언을 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김정은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에게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밥 우드워드가 <격노>라는 책을 통해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종전선언을 해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의 약속을 지킬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위에서 소개한 김정은의 발언은 미국 대통령의 약속을 밑바탕에 깔고 있었다.

▲ 지난 2018년 경북 포항 독서리 해안에서 열린 한미 연합상륙훈련에서 연합군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한미연합훈련을 가리켜 "도발적이고 돈도 많이 드는 전쟁 연습(war game)"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했다.

이 약속에 힘입어 2018년 8월 한미연합훈련은 취소되었다. 그러나 2019년 3월부터 한미연합훈련은 재개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과 태도가 되살아났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 와중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주한미군 철수 요구로 해석될 수도 있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한미연합훈련 실시 직전인 2021년 8월 10일에 내놓은 담화에서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무력과 전쟁장비들부터 철거하여야 한다"며,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상당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는 과잉 해석이다. 한미동맹은 주한미군이 있으면 연합훈련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김여정의 담화는 바로 이 점을 겨냥한 것이다. 문맥상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바로 한미연합훈련을 가리킨다.

이에 따라 김여정의 담화는 '주한미군 때문에 한미연합훈련을 계속해야 한다면 차라리 미군은 나가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거꾸로 미국의 전략 자산 전개와 한미연합훈련이 자제된다면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을 행간에 담고 있다.

정리하자면, 종전선언 이후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것인가의 여부는 한미연합훈련의 향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도 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미국의 약속 위반이자 대표적인 대북 적대시정책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곧 한미동맹이 연합훈련을 계속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북한이 종전선언에 응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가리켜 "좋은 발상"이라고 하면서도 "시기 상조"라고 강조하는 까닭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여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 및 남북관계 회복의 1차적인 관건은 12월 2일에 있을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어떤 입장이 나올 것인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연합훈련의 지속적인 실시에 방점을 찍는다면, 종전선언은 또다시 물 건너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적어도 내년 3월로 예정된 연합훈련 유예 입장을 밝힌다면, 냉각 상태에 빠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기실 북핵 문제의 본격적인 시발은 29년 전 한미동맹의 약속 위반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2년 1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팀 스피릿' 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남북기본합의서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발효와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협정 가입의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10개월 후에 한미 국방장관들이 양국 대통령의 약속을 뒤집고 '팀 스피릿' 훈련 재개 방침을 밝히면서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미 정부에 거듭 호소하는 바이다. 29년 전에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2018년 6월 싱가포르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미국 대통령이 거듭 약속했던 바를 지금이라도 지켜달라는 것이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외교에 기회를 줄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라는 인식과 함께.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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