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법정에서 못다 한 이야기 = 박형남 지음.

법대를 졸업한 뒤 판사로 임용돼 30년 넘게 재판을 한 저자가 일반인은 잘 알지 못하는 판사들의 사고방식과 법정 이야기를 소개했다.

판사는 '판단'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의견이 다른 사람이나 기관이 다툴 때 합리적이고 타당한 결정을 해야 한다. 따라서 판사는 법률 지식뿐만 아니라 공감 능력을 지녀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저자는 대화가 통하지 않고 '법률'이라는 공구 상자에만 의존하는 판사를 '화성에서 돌아온 판사'라고 말한다. 그는 판사에게 필요한 지식은 법률이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과학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야 따뜻한 가슴과 섬세한 눈으로 재판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절차를 꼽는다. 돈에 관한 민사 재판이든 죄인을 처벌하는 형사 재판이든 절차에서 시작해 절차로 끝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지금까지 사법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절차를 엄격히 지키지 못한 것, 오랫동안 사법농단 재판이 지연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재판 절차를 공정하고 엄격하게 지키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우리 사회에서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나 절차의 부당함을 따지지 않는 모습도 고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휴머니스트. 228쪽. 1만6천 원.

    ▲ 헤르미네와의 이별 = 야스민 슈라이버 지음. 이승희 옮김.

2년 반 동안 함께 살던 작은 햄스터 '헤르미네'가 세상을 떠난 것을 계기로 노화와 죽음을 생각하며 쓴 책. 저자는 생물학을 공부한 젊은 작가다.

저자는 생물이 죽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죽음이 없다면 작동하지 않는 세포를 끌고 다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죽음을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고백한다.

그는 '곰벌레'라고도 하는 완보동물의 적응력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한다. 이유는 신진대사를 사실상 정지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하는 휴면생활에 있다. 휴면생활을 활용하면 노화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홍해파리라는 동물은 죽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저자는 "홍해파리가 마지막 숨을 내뱉기 전에 재빠르게 손가락 하나를 태아로 변환시켜 새로운 삶을 사는 재주를 지녔다"고 설명한다.

그는 생물학뿐만 아니라 인문학 지식을 동원해 죽음을 논한다. 서양에서 죽음을 어떻게 인식했고, 친했던 존재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읽어볼 수 있다.

    아날로그. 296쪽. 1만6천 원.

▲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 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 지음. 정문주 옮김.

2014년 국내에 출간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저자들이 일본 오카야마에서 돗토리로 거처를 옮긴 뒤 생활하면서 느낀 바를 적었다.

부부인 저자들은 돗토리에서 누룩균 채취와 질 좋은 지하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맥주 만들기에도 도전했다.

빵과 맥주의 공통점은 '균'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누룩균이 자연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간 활동이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최대한 많은 사람과 생명체가 행복해져야 나도 행복해진다는 논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자기답게 표현할 때 사람은 만족할 수 있고, 이러한 사람이 늘어나면 다양성도 보장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더숲. 252쪽. 1만6천 원.

psh59@yna.co.kr

yna 박상현 기자  gcilbonews@daum.net

yna 박상현 기자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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