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신혼집을 방문할 때처럼 설렘이 있었다. 개관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구미시립 양포도서관을 가는 길이 그랬다. [도서관 순례] 여섯 번째로 택한 곳이 양포도서관이었다.

최신식의 건물 구조가 놀랍다. 대형 백화점을 방문했을 때의 느낌이랄까. 그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문화의 향기로 지역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는 도서관이란 점이다. 구미시 옥계북로 51에 위치한 양포도서관.

1층 사무실에 노크를 하고 들어가니 최희경 분관장을 비롯해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최 관장과 차를 들면서 대화의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첫 만남이지만 책을 공통 주제로 올려 놓으니 대화가 술술 풀렸다.

구미시에는 본관 격인 중앙도서관을 위시해 다섯 개의 분관이 있다. 여기에 원평으뜸과 해평누리라는 작은 도서관이 또 나늠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전쟁에 진지가 중요하듯 마음의 양식을 쌓기 위해선 도서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신축 건물이어서 깨끗하다고 앞에서 말했다. 건물의 외형뿐 아니라 내부 시설도 마찬가지였다. 한창 내용물을 채워가는 중이었다. 이런 큰 공간을 10여 명의 직원들이 돌보아야 한다는 것이 좀 버겁지 않을까 싶다.

양포도서관은 미래 지향적 도서관이다. 과거의 것을 부정하진 않지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장서 수 3만여 권이란 말에 실망의 눈빛을 띠자 최 분관장은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각 도서관마다 1년에 한 번도 찾지 않은 도서가 많습니다. 휴면도서는 보관 및 관리하기에도 어려움이 적지 않습니다. 저희 양포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이 찾는 책 중심으로 장서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양포도서관은 어린이 도서관으로 특화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소장 도서도 아동 60%, 성인 40% 정도로 나뉘어져 있다. 성인도서도 사회활동이 왕성한 3,40대가 좋아하는 책들로 구비되어 있다.

지역 주민들의 가독율도 서울의 여느 지역 못지 않다. 이곳은 옥계에 위치한 구미의 신시가지 격으로 '구미의 강남'으로 불리고 있다. 실제로 13세 미만 인구의 30%가 이곳에 거주한다고 하니 '젊은 동네'란 표현을 쓸 만하다.

도서관을 둘러보았다. 1층/어린이자료실 강의실1 강의실2 강당 사무실, 2층/커뮤니티공간modu 북카페담담 안내실, 3층/학습실1 학습실2 토론실1 토론실2 휴게실, 4층/종합자료실, 5층/옥상정원.

아무리 현대적 시설을 갖추고 직원들의 봉사정신이 돋보여도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으면 제 값을 하지 못하는 게 된다. 걱정하는 마음으로 슬쩍 물어보았다. 아니었다. 이용자들이 만만치 않았다. 

최 분관장의 말에 의하면, 평균 통계로 토요일엔 대출이 1,000여 권, 일요일엔 800여 권, 평일엔 500여 권의 책들이 출입을 반복한다고 한다. 아는 것이 힘이란 사실을 양포도서관 이용자들은 잘 알고 있다.

코로나19가 세상을 곤비케 하는 데도 굴하지 않고 구미시립 양포도서관은 자체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대면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소수 정예부대로 진행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의 감염 때문이다.

막 시작했거나 시작할 프로그램을 몇 개만 소개하자. 양포도서관 놀자학교, 시민학교(환경편), 성인독서회II, 캘리그라피 특강, 책 읽어주는 할머니, 책나무 어린이 독서회, 인문학 함께 읽기...

이것은 좀 색다른 프로그램이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서 도서관을 돕는 운동, 즉 '릴레이 책 기증 운동'이 그것이다. 도서관을 돕는 운동이라지만 결국 열매는 이용자들에게 돌아간다.

지역의 기관과 단체 그리고 개인이 도서 구입 비용을 기부하면 그것으로 따끈따끈한 책을 구입해서 비치하는 것이다. 교양과 지식의 센터인 지역 도서관은 관(官)에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민(民)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가꾸자는 취지일 터. 

책이 우리의 생각을 얼마나 넓혀 주는지  또 우리의 만남을 얼마나 단단히 묶어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정의는 진리에 다가가 있는 말이지 싶다. 

최희경 분관장에게 도서관에서 봉사하는 사람으로서 갖는 자부심이랄까 보람 같은 게 없지 않을 것 같다고 마무리 말을 유도했다. 그는 그침 없이 대답했다.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느낀 건데요, 지역에 도서관이 들어서면 지역이 변한다는 거예요. 지역 주민들의 지적 수준이 상승하는 것을 목도합니다. 도서관을 개관하고 한 5년쯤 지나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런 데서 자부심 같을 것을 갖게 되지요."

최 분관장이 현관 입구까지 배웅을 나왔다. 책은 처음 만나는 사람 사이도 10년 지기 이상의 관계를 만들어 준다. 감사할 일이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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