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참석하는 김부겸 총리(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 총리는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요청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2021.11.4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정책 이슈로 들고나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가 당정 갈등 양상으로 불거졌다. 이 후보는 11월 3일(수) 첫 선대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적정 규모의 가계 지원은 꼭 필요하다며 재난지원금 추가 추진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을 공개리에 밝힌 이후 의지를 거듭 천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부겸 국무총리는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재정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김 총리는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진다고 돈이 나오는 상황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김 총리의 반대 의사에 대해 예산이란 남아서 하는 경우는 없다고 다시 반박하며 정면으로 충돌했다.

내년 3월 대선이 머지않은 시점이다. 재난지원금은 대선 이슈로 주목받을 만하다. 하지만 국민 생활과 직결될 수 있는 주요 정책이 논란과 갈등으로 비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재난지원금이 재원 여력의 문제라면 재정적 해법이나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 표심을 겨냥한 무리한 돈 풀기 시도라는 지적을 받아선 안 된다.

당정 간 충분한 협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5일부터 국회에서 내년 예산 심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대선 공약 차원이라기보다 진정한 민생 지원 방안이 나와야 한다.

여당 대선 후보의 이슈 제기에 현 총리가 반박하고 나선 건 심상치 않다. 이 후보와 김 총리는 가상자산 과세 시점 유예 문제로도 대립하는 양상을 보였다. 민주당은 내년 시행 예정인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를 1년 유예하는 방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했다. 이 후보는 지난 5월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방안은 이 후보의 주장과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김 총리는 이에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총리는 여당에서 거론되는 가상자산 과세 문제에 대해 "자꾸 정부한테 떠넘기지 말고 당당하게 국민들에게 그걸 (말씀을)하시고 국회에서 그렇게 결정하면 정부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또한 액면상 재정 여력에 대한 입장 차이를 보인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사업이 없다. 당장 야당 측은 재난지원금 추진 방안에 대해 관권선거, 금권선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 신설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 여야 간 극단적인 정쟁의 대상으로까지 몰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작년 이후 재난지원금은 5차례 진행됐다. 취약계층이나 소상공인 등을 돕기 위한 맞춤형 지원이 주로 이뤄졌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 여부는 초과 세수 등을 통한 재원 마련이 가능한지가 관건이 될 듯하다. 최대 피해 계층 위주로 선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될 수 있다.

민주당은 4일 당정 갈등 양상과 관련해 정부가 자꾸 세수 여력을 숨기려고 하는데 당은 속지 않는다며 당장 재정 여력이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반박했다.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취지로 보이는데 모양새가 좋지 않다. 당정 모두 경제 지표와 세수 상황에 대해 세밀하고 정밀한 데이터 분석과 검토가 시급하다.

민주당의 추가 세수 전망치는 10조~15조 원이다. 이 후보는 1인당 재난지원금을 최소 30만~50만 원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15조~25조 원의 예산 조달이 필요하다. 최소 지원이 이뤄진다 해도 예산상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남아 있다.

초과 세수가 불충분하다면 국채 발행 등을 검토해야 하지만 이는 무리수가 될 수 있다. 국가부채 급증세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고 있는 상황에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yna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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