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있다. 영국 경험주의 철학자 베이컨(Francis. Bacon)의 주장이다. 21세기인 오늘날, 격언화된 이 말이 얼마나 유용한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지식 습득에 대한 욕구는 본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배우고 싶어도 주어진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다. 이들에겐 사회가 도움의 손길을 펼쳐야 한다.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공공의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 장치가 바로 장학 기금이고 장학 재단이다.

김천시가 이런 일에 본격 착안한 것이 2008년 말이다. 10년이 되어 간다. 김천시인재양성재단을 만들어 지역 나아가 국가의 동량(棟樑)을 길러낼 큰 그림을 갖고 출범했다. 그 장학재단이 기금 200억을 달성했다는 소식이다.

지난 10월 12일 저녁엔 200억 달성을 기념하는 잔치가 있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축하 잔치였지만 많은 시민이 참석해 자축의 기쁨을 누렸다. 규모가 큰 자치단체의 것엔 못 미치지만 흐뭇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장학기금 200억 달성에는 많은 시민 및 출향인들의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힘을 보탠 사람들의 면면을 볼 때 넉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 경우도 많다. 따뜻한 마음이 쌓여 이룬 탑이다.

배우지 못한 것이 한(恨)으로 맺힌 사람, 열심히 일군 재산의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고자 하는 사람, 나를 낳고 길러 준 고향의 은공을 생각하며 고운 손길을 펼친 사람 등 장학기금 모금에 동참하는 이유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굳이 한 가지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더불어 살아가자'는 마음의 소유자들이 아닐까 싶다. 장학기금 모금운동을 앞장서서 이끄는 관계자들의 노고도 치하 받을 만하다. 200억에 만족하지 말고 더 많은 기금이 모일 수 있도록 하자.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은 서구 합리주의의 기반이 된 모토다. 개인 우선주의가 응축되어 있는 말이다. 이것의 속화(俗化) 구호가 '배워서 남 주나'일 것이다. 그러나 이젠 개념을 바꿀 때가 되었다. 배워서 남 주자고, 그래서 보다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자고.

장학금이라는 건 받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주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양쪽 모두에게 기쁨의 선물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받는 입장에서는, 어엿한 성인(成人)이 되어서 받은 것 이상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어야 한다.

받을 때는 감사했는데, 받고 나서 잊어버린다면 장학금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 된다. 지급하는 장학 재단에서 주의해야 할 것도 없지 않다. 장학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지금까지 원칙을 잘 지켜 왔겠지만 혹시 꼭 받아야 할 학생이 누락되고, 받지 않아도 될 사람이 받은 일은 없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또 장학재단에서 만든 지급 기준에 빈 구석은 없는지도 꼼꼼히 살펴 볼 일이다.

인재양성재단의 '인재'에 대한 개념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옛날에는 공부 잘 하면 인재 소리를 들었다. 지금은 각 영역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을 인재라고 한다. 그렇다면 진학 우수 학생을 굳이 소위 일류대, 의‧한의대(醫‧韓醫大)에 묶어 둘 필요가 있을까.

김천시인재양성재단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 장학기금이 확충되어 더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받는 길이 확대되기 바란다. 인재는 개인의 힘 보다는 사회가 길러 내는 몫이 더 크다. 재단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장학기금 200억 달성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김천시인재양성장학재단에서 받은 장학금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받은 그 자체가 하나의 '명예'가 될 날을 기대한다. '김천시인재양성재단 장학생' 하면 신뢰가 가고 훌륭하게 보이는... .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런 일은 개인과 가족의 범위를 넘어 이웃과 국가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조련(調鍊)할 때 가능하다. 김천시인재양성재단 장학기금 200억 달성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편집부  gcilb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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