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교수의 고전으로 본 세상만사] 4. 《史记》-지도자의 결단력

민귀식(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지도자의 결단력>
- 결단해야 할 때 결단하지 못하면, 도리어 해를 당한다(当断不断，反受其乱). 《史记》

지도자의 자질 가운데 하나는 결단력이다. 결단하지 못한 행동은 잘못된 결단보다도 나쁘다는 말이 있는 것도, 지도자는 결단을 하는 존재라는 의미이다. 결단은 선택이고, 다른 것에 대한 포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결단에는 모진 마음이 필요할 때가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일 것이다. 또 “독하지 않으면 사나이가 아니다(無毒不丈夫)”라는 말도 있는데, 매 순간 결단이 요구되는 지도자가 여리기만 하다면 어찌 리더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윤석열 검찰이 총선 전에 진보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야당에 건네주고 고발을 사주했다는 소식이다. 상상을 넘는 불법적인 권력찬탈 행위이다. 이제라도 과감히 죄를 물어야 당시 솎아내지 못한 잘못을 조금이나마 만회하는 길이 될 것이다.

민주당의 대선 주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나는 후보 선택기준으로 결단력이 중요하게 고려되었으면 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아스 매듭’을 단칼에 잘라버렸듯이, 지금은 새로운 해법과 과감한 실행력이 요구되는 시대라고 본다. ‘공생’과 ‘협치’ 같은 겉멋 들린 말의 성찬이 아니라, 수많은 난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리더가 등장하길 바란다. 고구마는 이미 4년간 먹은 것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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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단력 부족이 빚은 비극적 고사는 내용이 길어 따로 첨부한다.

전국시대 말기 사군자의 하나로 알려진 초나라 춘신군(春申君, 黃歇, BC.314~238)은 강세한 진나라에 맞서 초나라 정권을 뒷받침 했지만, 잘못된 선택과 결정적인 순간에 결단하지 못해, 자신의 목은 잘려 황야에 버려지고 15년 후 나라가 망하는 비참함을 당하고 말았다.

합종연횡(合從連橫)은 강력한 진나라를 당할 수 없는 6국이 이 나라와 어떤 외교관계를 설정할 것이냐의 생존게임으로 등장한 전략이었다. 춘신군은 군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지고 진나라의 공격으로부터 초나라를 지켜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말년에는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급급해, 금도를 넘는 일을 저지르게 된다.

당시 초나라 고열왕(考烈王)은 자식이 없었기에, 그가 죽으면 형제 중에 왕이 될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왕족과 사이가 좋지 않은 자신의 지위도 흔들릴 것이 뻔했다. 이 때 조(趙)나라 출신 이원(李園)이란 자가 미인 누이 이환(李環)을 바쳐 임신하게 만든다. 그리고는 누이를 시켜 엄청난 제안을 한다.

“임금이 돌아가고 그 형제가 왕이 되면 재상은 자리보전이 가능하겠습니까?”
“…?”
“소첩이 임신한 사실을 아무도 모르니, 저를 궁으로 보내주시면 틀림 없이 저를 어여삐 여기실 것입니다. 요행히 아들을 낳으면 당신의 아들이 왕이 되니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춘신군은 이환을 왕에게 바쳤고, 후궁된 이환은 원하던 대로 아들을 낳았다. 이 음모를 꾸민 3인은 비밀을 공유한 이익공동체이었고, 이원은 발톱을 숨기고 있는 엄청난 야심가였다. 그는 벼슬은 하지 않았지만, 왕이 늙어 가자 비밀이 새 나갈까봐 자객을 길러 춘신군 암살을 노리고 있었다. 이 때 측근 주영(朱英)이 춘신군에게 이원을 제거해야 한다고 권한다.

“왕이 돌아가시면, 궁중에서 정변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니 저를 궁중 시위로 보내주시면, 제가 즉시 궁을 장악하겠습니다.”

그러나 춘신군은 결단하지 못했고, 주영은 자신에게 화가 미칠 것으로 보고 초나라를 급히 떠나버렸다.

그리고 70일 후, 고열왕이 사망하자 춘신군은 부하 몇 명만을 데리고 궁으로 들어갔다가, 이원이 매복시킨 군사들에게 살해 당해 머리가 성문에 내걸리게 되었다. 이원은 어린 왕의 외삼촌(國舅)으로 전횡을 휘둘렀으나, 10년 후 비밀이 새 나가 왕족들에게 살해 당한다. 이로 인해 초나라 위신은 땅에 떨어졌고 5년 후에 진나라에게 망해 역사에서 사라졌다.

사군자 이야기는 너무 미화되어 전해오고 있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군왕권력의 허약함을 증명한다. 진나라가 어차피 통일을 했겠지만, 춘신군의 권력욕이 빚은 ‘씨앗 바꿔치기’, 권력 찬탈을 노린 이원(李園)의 음모를 눈치채고도 제압하지 못한 우유부단함, 이것이 초나라 운명을 재촉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이 고사는 옳고 그름을 떠나 “마땅히 결단해야 할 때 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으로 큰 화를 당한다”는 교훈만 남겨주고 있다.

민귀식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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