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발행인 칼럼] 편지 한담(閑談)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 | 승인 2021.09.02 23:34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그때가 그립다. 낭만이 맴도는 옛 시절이었다. 자라나는 젊은 세대가 들으면 이해 불가라고 하겠지만 예전엔 손으로 쓴 편지가 소통의 중요한 도구였다. 많은 것을 편지가 전달해 주었다.

말로 하기 겸연쩍거나 곤란할 경우 편지로 마음을 전달했다. 사랑을 고백하거나 사과의 마음을 전할 때에도 편지가 곧잘 활용되곤 했다. 보기에 결과가 좋을 때가 많았다.

문인들이 주고받은 사랑과 우정에 얽힌 편지는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책으로 엮여 사람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청마 유치환과 이영도의 서신 나눔이 대표적이다.

편지는 사람의 심금을 울릴 때도 있다. 한쪽 눈을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이 편지로 사랑을 고백하고 다방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왜 시각 장애를 밝히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남성이 한 말... 편지에 분명히 밝혔다. '한눈'에 반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          *          *          *          *

요즘 두 사람의 편지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조국 모친이 김인국 신부에게 보낸 편지와 윤희숙 의원의 부친이 딸에게 보낸 편지가 그것이다.

조국이 무슨 큰 죄를 많이 지어서 멸문지화(滅門之禍)에 이를 정도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딸 조민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까지 취소되는 것을 보고 해도 너무한다는 소리가 들끓는다. 참으로 끈질기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조국 전 장관의 어머니 심정은 제3자가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김인국 신부에게 고해성사하듯 밝힌 내용 중에 아들의 고초를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보는 성모 마리아의 심정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있다.

이 부분만을 떼어내어 식자우환(識字憂患)의 습성에 젖어 있는 이들이 "아들 조국이 예수래!"라며 비아냥댄다. 종교에 대한 무식을 스스로 드러내는 자들이다. 기독교를 지식으론 알지 모르나 진정한 신심을 모르고 하는 헛소리이다.

누구든 삶에 희비의 쌍곡선이 있기 마련이다. 이때 신앙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생각하면서 시련과 고통을 극복하려 한다. 무죄무흠(無罪無欠)하신 예수님도 저런 고통을 당하셨는데 지금 내가 당하는 고통쯤이야...

조국 모친도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김인국 신부는 편지의 내용을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조국과 그의 어머니를 조롱하는 이들을 보고 “‘모정’마저 짓밟는 몹쓸 패륜”이라며 인간의 악이 끝나는 지점이 어디일까 한탄하고 있다.

또 한 사람은 윤희숙 부친의 편지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배팅에 능한 윤희숙이라고 해도 우리의 정치판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한 것 같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에서 공천을 받아 일약 국회의원이 되었다면 행운아에 속한다고 해도 그렇게 틀리지 않는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집 두 채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강남에 전세 사는 사람으로 밝혀지자 많은 국민들이 허탈해했다.

윤희숙은 부동산 전문가로 문재인 정권에 대해 야당의 주 공격수였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인간의 욕심엔 끝이 없다고 했던가. 그가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부친이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어기고 세종시에 3천3백 평의 농지를 매입한 것이 드러났다. 전형적인 투기라고들 했다.

일이 터지자 윤희숙은 대선 레이스 포기를 선언하고 국회의원직까지 내놓았다. 그가 초강수를 두었다고 두둔하는 사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 훨씬 이상으로 그에 대한 비난이 비등했다. 그는 다시 기자들 앞에 섰다.

여당 사람들 이름까지 들먹이며 강도 높은 말을 쏟아놓았다. 그리고 부친의 세종시 땅 시세차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때 기자들에게 돌린 것이 부친의 편지이다. 아버지의 잘못으로 딸이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 아픈 마음을 담은 내용이었다.

이 편지를 보는 순간 이것은 여론 희석용이란 생각이 들었다. 윤희숙 의원은 부동산 전문가다. 그때 딸이 세종시 소재 한국개발연구원에 근무하고 있었다. 개발이 예정되어 있는 그곳 땅을 사면서 부동산 전문가인 딸에게 상의하지 않았다고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윤희숙이 임기응변(臨機應變)에 아무리 능하다고 해도 허점들이 노정될 수밖에 없다. 두 번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나. 가령 팔순의 아버지가 농사를 짓기 위해 3천 3백 평에 달하는 농지를 매입했다고 1차 기자회견 때 밝혔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투자할 만한 건물을 찾다가 농지가 나와서 계약하게 되었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윤희숙은 아버지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며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아귀가 맞지 않는 언행이다.

윤 의원이 의원회관 방을 뺐다는 소문도 들린다. 세비를 반납했다고도 한다. 속전속결, 시원하긴 한데 국회의원쯤 되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곤란하다. 유아독존식 사고방식이 아니고 뭔가. 이런 점이 윤희숙의 몰락을 가져오게 한 동인이 아닐까.

편지를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게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허나 제목이 '편지 한담'이니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난 건 아니지 싶다. '한담(閑談)'은 심심하거나 한가할 때 아무런 체계 없이 나누는 대화 아닌가. 상대어는 '요담(要談)'이다. 다음엔 요담을 주제로 글 한 편 생산해내면 좋겠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명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상호 : 김천일보 김천iTV  |  경북 김천시 거문들1길 88-74  |  전화번호 : 054-436-2287
등록번호 : 경북, 아 00398  |  대표전화 : (054)437-0478  |  등록일 : 2016년 01월 18일  |  발행인 겸 편집인 : 이명재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성숙  |  e-mail : gcilbonews@daum.net
Copyright © 2021 김천일보 김천iTV.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