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이 아름다운 역사와 문화의 도시 경주! 기다렸던 달빛 기행의 탐방 시간이다. 해가 서산으로 떨어지니 노을이 파스텔 색감으로 번저 마음이 아리게 아름다웠다. 폭염의 온도가 조금 수그러졌다.

사진으로 보았던 월정교 앞에 도착했다. 경주 야경 명소의 대표답게 멋지고 아름답다.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오랜 고증을 거쳐 복원하는 데 13년이 걸렸고, 560억 원의 공사비가 들었다.

지붕 양쪽 끝의 문루가 위엄이 있다. 현판은 신라시대 학자 최치원의 글씨다. 필체가 바르고 힘이 있다. 뒤쪽 현판은 예술가 김생의 글씨다. 예술가의 글씨는 맛깔스러웠다. 서예를 배웠기에 유심히 보았다.

안으로 넓고 기다란 회당이 이어졌다. 굵은 기둥이 늘어선 모습이 장엄하다. 신라시대에 이런 모습이었을까? 단청이 화려해서 백성들은 이곳으로 자유롭게 지나갈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통일신라의 수도인 서라벌의 대표적인 다리이다. 삼국사기에 경덕왕 19년(760) 궁궐 남쪽 문천 위에 월정교, 춘양교 두 다리를 놓았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의 문화 수준과 교량의 축조기술, 의장, 교통로 등을 연구하는 데중요한 자료가 된다. 강바닥에 배 모양을 한 교각이 남아 있다. 월정교 길이는 60.57m이다.

캄캄한 밤하늘에 은은하게 떠 있는 달빛으로 단청 누교가 돋보였다. 남천에 비친 월정교의 아름다운 자태에 매료되었다. 가끔 기대하지 않았을 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조명을 받은 월정교는 반영이 선명했다.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얽힌 유교의 흔적도 월정교 19m 하류에 보존되어 있다. 사랑은 시대와 나이를 초월해서 설렘이다. 설총을 낳았다.

아~~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 온다

지나가는 나그네야~ 걸음을 멈추어라

고요한 달빛 어린 금옥산 기슭에서

노래를 불러보자

신라의 밤 노래를

둥근달을 바라보며 ‘신라의 달밤’을 흥얼거리며 걸었다. 어두운 산길을 걸어 왕궁을 복원하고 있는 곳에 왔다. 신라의 왕궁은 다른 곳과는 달리 지대가 높은 곳에 있다.

복원하는 현장은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가로등이라도 켜두지. 해설사는 왕궁 규모를 볼 때 오랜 세월이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석빙고가 바로 앞에 있어 의외였다. 반가웠다. 예전에 왔을 때는 왕궁을 복원하기 전이다. 한겨울에 바로 밑에 있는 남천이 얼면 얼음을 잘라 석빙고에 보관했다고 한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안압지는 동궁과 월지라고 부른다. 신라 왕국의 별궁터다. 동궁은 왕자가 거처하고 공부하는 곳이다.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이 오면 이곳에서 연회를 베풀었다.

임해전은 별궁에 속한 건물이다. 전각은 조명에 따라 시시각각 색이 달랐다. 연못 월지의 반영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품어내었다. 연인들은 여러 모양으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연못 가장자리에 굴곡을 주어 어느 곳에서 보아도 한눈에 전체가 들어오지 않았다. 좁은 연못을 넓게 보이게 한 것 같다. 연못에 반사된 전각과 구부러진 나무가 빛의 아련한 느낌을 주었다.

그윽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조금 더 머물고 싶었지만 약속시간을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걸으면서 눈, 카메라, 핸드폰에 담았다.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종일 역사의 도시 경주에 흠뻑 취했다. 천년 고도 경주의 밤 풍경은 역시 좋았다. 다양한 문화재와 야경 투어를 마치니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태원용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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