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교수(한양대 국제대학원 중국학과)

<적임자를 추천하는 현명한 방법>『좌전(左传·襄公三年)』
- 공직자 추천은 원수든 친자식이든 오직 적합성 만을 기준으로 한다.(祁奚之荐：外举不避仇, 内举不避亲)

대선이 다가오자 국민들은 누구를 어떻게 뽑을지 고민한다. 그 전에 이미 각 당의 열성 지지자들은 경선과정에서 치열한 진영 싸움을 전개한다. 논리와 이성은 사라지고 점점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경쟁상대를 혐오하는 말들을 쏟아낸다. 큰 틀에서 보면 같이 협력해야 할 지도자들이고 국가 운영에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인데, 서로에게 상처를 많이 준다. 적임자를 걸려내는 것이 아니라 인재를 죽이는 일에 가담한다. 

BC 6세기 춘추시대 후기는 매우 혼란했다. 치열한 권력투쟁으로 신하가 군주를 시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 때 춘추오패의 영광을 누렸던 진(晉)나라도 매우 혼란했으나, 도공(悼公)이 기해(祁奚)의 현명한 인재 추천을 수용해 잠시나마 중흥의 시간을 맞이 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임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공정한 기준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고사이다. 이를 참고하여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을 뽑는 기준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기해가 나이 들어 중군위(中军尉)직 사퇴를 신청하자 진도공이 후임자를 추천하라 했다. 기해는 주저 없이 호해(解狐)를 추천했다. 이에 도공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호해는 그대와 원한이 깊은 관계가 아니오?”
“군주께서 능력 있는 적임자를 물으셨지, 저의 원수가 누구냐를 하문하지 않으셨습니다.”

기해의 이 말에 도공은 즉시 호해를 그 자리에 임명했다. 호해는 기해가 자신을 추천했다는 말을 듣고, 이제 원한이 풀린 것으로 알고 감사를 표시하러 기해의 집을 찾았다. 그런데 대문을 들어서려는 순간 기겁을 하고 말았다. 기해가 자신을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는 것이었다.
“내 집으로 한 발만 들여놓으면 죽여버리겠다.”
비록 공적으로는 후임자로 추천했지만, 사적으로는 여전히 원수라는 것이다. 공사가 분명한 것이 칼날보다 예리하다. 

그런데 호해가 금방 죽어 버리자 왕은 다시 후임자 추천을 명했고, 기해는 망설임 없이 아들 기오(祁午)를 추천했다. 
“기오는 당신 아들이 아니오?”
“주군께서는 능력 있는 자가 누군지를 물으셨지 제 아들이 누군지는 묻지 않으셨습니다. 능력 있는 자라면 친척이라도 추천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자신의 공정함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왕은 기오를 중군위에 임명했고, 기오는 임무를 잘 수행해 진나라가 한 때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봉건시대는 귀족들의 세상이었다. 이들이 인재를 보는 눈이 밝고 공정하면 나라가 강해졌고, 이들이 사리분별을 못하면 나라는 곧 무너졌다. 

현대사회는 국민이 선출직 인재를 뽑는 시대이다. 그래서 인재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하고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영 대결이 아니라 능력자를 골라낼 수 있다. 우리 국민이 기해(祁奚)가 되어야 할 이유이다. 

지금은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대변혁의 시대이다. 국제정세도 춘추시대와 다름 없이 혼란하다. 그래서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과감한 돌파력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한 이 시대정신을 기준으로 인재를 선택하기를 기대해 본다.

민귀식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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