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일본 코로나 기록적 확산…. 끝까지 '안전 올림픽'에 최선 다하길

(서울=연합뉴스)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하계올림픽이 반환점을 돌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와중에 대회 개최를 강행하는 게 옳으냐, 그르냐를 놓고 비판과 반론이 무성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성화는 타올랐고 벌써 경기 일정의 절반이 소화됐다.

다행스럽게도 코로나 감염사태로 올림픽이 잠시라도 중단되는 사태는 아직 없었으나, 올림픽 경기장 밖에서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신규 일일 코로나19 확진자는 7월 31일(토) 오후 6시30분 기준으로 1만2천여 명에 달했다. 나흘째 최다 기록을 갈아치운 무서운 기세다.

더 심각한 대목은 올림픽의 무대인 도쿄도의 확진자가 코로나 사태 발생 후 처음으로 4천 명을 넘어선 것이다. 코로나 확산 저지를 위해 지난달 12일 메가시티 도쿄도에 발령된 긴급사태가 무색할 정도다.

일본 코로나19 확산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일본 정부는 2일부터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 가나가와, 지바현에도 긴급사태를 추가로 발령한다고 하는데, 과연 어느 정도 확산 차단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도쿄올림픽을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치러내겠다는 일본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관계자 중 코로나19 누적 감염자도 241명에 달한다고 한다. 행사 관계자의 감염은 올림픽 경기 출전 선수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여서 각별한 사전 예방조치와 사후 관리가 중요한데 이들마저 '코로나의 청정지대'로 남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도쿄올림픽 당국은 나머지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각종 경기에 나설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철통같은 방역망 구축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 일본 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지금이라도 올림픽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도쿄 시내에는 심야 시간까지 음식점과 술집 등이 운영을 계속하고 있어 사람 간 접촉에 따른 확산 고리를 확실하게 끊어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영업 제한이 강제가 아닌 자율을 보장하는 권고 형태로 이뤄져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올림픽 개최가 이런 이완된 방역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일본 내 경각심이 낮아졌고, 끝내 기록적인 확산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당장이라고 행사를 멈춰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스가 정부는 올림픽 개최와 코로나의 급격한 확산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확진자 감소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올림픽이 확산의 진원으로 지목되는 상황을 피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각성과 분발이 요구된다.

올림픽 종료 시점까지 적어도 경기장에 대해서만큼은 무결점 방역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지난 일주일간 지구촌 시청자들이 지켜본 다양한 인간승리의 스포츠 드라마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만약 도쿄올림픽이 취소됐다고 가정해 보자. 찌든 가난 속에 물병을 매달고 역도 훈련을 해야 했던 필리핀 역사상 첫 금메달리스트 하이딜린 디아스, 아마추어로 혈혈단신 출전해 사이클 여자개인도로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수학자 출신 오스트리아의 안나 키센호퍼와 우리는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수영 남자 400ｍ 자유형에서 '8레인의 기적'을 만들어낸 튀니지의 18살 청년 아흐메드 하프나우이는 또 어떤가. 올림픽 양궁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 3관왕에 빛나는 안산의 쾌거 또한 이번 도쿄올림픽 무대가 없었더라면 실기(失期)했을 수 있다.

스포츠에는 선수들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기량을 만개할 수 있는 리즈 시절, 즉 전성기가 있기 마련이다. 코로나가 아무리 창궐했다고 해도 선수들에게서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올림픽 정신 발현의 무대를 박탈할 수 없는 이유다.

개회식에서 남녀 선수가 동반 기수로 앞장 서고, 양궁 수영 유도 등 모두 18개 종목에서 혼성선수들이 등장한 양성평등 구현도 이번 도쿄올림픽이 만들어낸 인류 스포츠의 진화된 모습이다.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한명 한명이 제기량을 최대치로 뽐내고 건강하게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일본 정부와 올림픽조직위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먼 미래의 스포츠사는 물론 인류사에 도쿄올림픽은 인간이 팬데믹에 맞서 체력과 정신의 한계에 도전한 기념비적 스포츠 제전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세계인들은 성화가 꺼질 때까지 관심을 두고 성원과 갈채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이 [연합시론]은 본 김천일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김천일보 편집부).

yna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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