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을 벗 삼아 고즈넉한 성곽길을 걸으면 운치 있을 것 같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야간관광지 100선에 포함된다. 훗날을 기약하며 산길을 내려왔다. 햇볕은 짱짱하게 내리쬐었지만, 숲 속은 공기가 맑았다.

제22대 정조대왕의 효심과 부국강병의 원대한 꿈으로 축성된 화성행궁에 도착했다. 주차장 옆에 가름막을 설치하고 2단계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다.

화성행궁은 1996년 1단계 복원공사가 시작되었다. 2003년 10월에 일반인에게 공개하였다. 때늦은 감이 있다. 이곳에서 ‘대장금’, ‘이산’, ‘왕의 남자’, ‘구르미 그린 달빛’ 등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했다. 화성행국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를 지났다. 영화 세트장처럼 건조하고 깔끔하다. 겹겹이 쌓인 구중궁궐처럼 넓지는 않지만 조용하다. 경복궁과는 달리 한복을 입은 외국인은 없었다.

호젓하게 나 홀로 궁궐을 거닐었다. 서울에 있는 4대 궁과는 또 다른 고궁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약 230여 년 전에 정조대왕이 이곳에 기거하며 산책했다고 생각하니 신기했다.

화령전에는 정조대왕의 어진(초상화)이 있다. 중후하고 기품이 있다. 40대부터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내 얼굴은 어떤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열었다는 봉수당은 넓지 않았다. 회갑연 상차림이 그 당시에는 진수성찬이었을 텐데 종류가 많지 않다. 과일과 해산물이 보이지 않았다.

낙남헌은 일제강점기에도 훼손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되었다. 아무래도 복원된 것보다는 정감이 있다. 크고 작은 건물과 노래당을 둘러보았다.

효성이 지극했던 정조대왕은 아버지 정현 세자(사도세자)의 묘소를 현륭원으로 옮기면서 수원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수원화성 성곽을 축조하면서 화성행궁으로 건립했다.

평상시에는 수원부 관아로 사용되다가 정조대왕 행차 시에는 이곳에 머물면서 진찬연 및 과거시험 등 여러 행사를 거행하였다. 우리나라 궁궐의 내외부를 둘러보면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왕이 살았다고 하기에는 검소하다.

임진왜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많이 파괴되고 훼손되었다. 지금까지 경복궁은 500억원을 들여 복원하고 진행 중이지만 1/5 수준이다.

신하와 시녀들이 기거한 방 한 칸이 작다. 키 큰 사람은 누워서 제대로 펼 수가 없을 정도다. 세간살이가 단출하다. 한복을 입은 마네킹이 낡았고 무섭게 생겼다. 정감있게 만들 수 있을 텐데 아쉽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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