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와 깊숙하고 고요한 산과 골짜기의 심산유곡은 서로 통한다. 요즘은 도로가 좋아서 접근성이 편하다. 무흘계곡 경관 가도를 달렸다.

김천과 성주로 이어지는 약 35 Km. 창문을 열어 상쾌한 공기를 들이켰다. 언뜻언뜻 스쳐 지나가는 절경에 감탄한다.

주자(朱子)를 존경했다는 조선 중기 영남학계의 대학자 한강 정구(1543~1620) 선생은 절경의 계곡을 오르내리며 9곡의 구비마다 이름을 지어 의미를 부여했다. 풍류를 제대로 아는 선비인 것 같다.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궁금하다. 현대인은 무릉도원을 꿈꾼다. 400여 년 전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상상했다. 무흘계곡은 주희의 무이구곡을 생각하게 했다.

이곳에 머물면서 도학의 근원을 공부하며 수행해도 좋을 것 같다. 자연과 더불어 살면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 같다.

인현왕후길(9 Km) 표지판이다. 인현왕후(1667~1701)는 조선 19대 숙종의 계비로 곡절 많은 삶을 살았다.

기사환국(己巳換局) 때 폐서인 되었다가 갑술옥사(甲戌獄事)로 다시 왕후로 복위했다. 폐서인이 되었을 때 친정과 가까운 김천 청암사에서 3년을 머물렀다.

청암사(靑巖寺)는 수도산 자락에 있는 비구니 절이다. 산길을 걸으면서 마음을 달랬을 역사적인 길이어서 의미가 깊다. MBC 대하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을 즐겨보았다.

사극에서 본 표독스러운 장희빈과 후덕한 인현왕후를 떠올렸다. 왕위로 복위하였지만 35세에 원인 모를 질병으로 짧은 생을 마쳤다. 인생이 그렇다.

용추폭포는 구곡의 마지막 절경이다. 멋진 다리를 건너 산 아래로 내려갔다. 커다란 바위 사이로 물이 흘렀다.

여름이 오면 좋겠다. 데크가 놓여있어 내리막이 편하다. 굉음이 들렸다. 잔잔하게 흘러내리던 물줄기는 하얀 포말로 부서져 내렸다. 우렁차고 시원하다.

계곡은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와룡암과 만월담을 둘러보며 이어진 산길을 걷고 싶었지만 뉘엿뉘엿 해질 녘이다.

“구곡이라 하여 고개를 돌리고서 다시 탄하노니 / 이 내 마음 산천만을 좋아한 게 아니로세 / 샘의 근원에는 절로 형언 못할 묘리 있어 / 이를 버려두고 어찌 천지를 찾으리”

편집부  gcilbonews@daum.net

편집부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