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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이육사의 '청포도'
취재부 | 승인 2021.07.08 23:45

         청  포  도
                     詩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 7월이다. 청포도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이육사의 표현대로 청포도 알이 주저리주저리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일제시대 육사의 고향 안동뿐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선 나무에 달린 과실조차 숨 죽여야 했다. 일제의 광포함에 삼라만상이 흐늘거렸다. 하지만 육사는 청포도 알에서 민족을 생각하고 독립을 희원했다.

문학에 역설법이란 표현기법이 있다. 육사의 시 '청포도'가 그렇다. 1939년 <문장> 지(誌)에 발표한 시인데, 그 즈음은 일제의 식민 통치가 탄압의 강도를 더해가는 때였다. 그럼에도 이 시에 사용한 단어에선 그런 시대상황이 직접 잡히지 않는다. 도리어 그 반대다.

하늘, 푸른 바다, 돛단배, 청포(靑袍), 은쟁반, 모시 수건... 청포도에 민족의 독립이 담겨 있다고 상술했는데, 그것이 익어가는 시절은 독립의 때가 무르익어 가는 것을 뜻한다. 육사는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르다가 독립 직전(1944년 1월)에 옥사했다. 그런 시인을 생각한다면 매 연마다 조국 독립에 대한 염원이 시어로 치환되어 있다고 보아도 좋다.

일반 사람은 청포도를 먹거리로만 생각하지만 이육사는 그런 사물에서조차 대의(조국 독립)와 연결지었다.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오는 손님은 시인 자신이기도 하고 조국이기도 하다. 시의 위대함은 이런 데 있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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