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 용성면을 방문했다. 어디를 가든 맨 처음 들리는 곳이 그 지역의 컨트럴 타워. 이곳은 용성면행정복지센터(면 사무소)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아직도 외지인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들이 날카로웠다.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고 해서 중앙이용소인가. 면사무소와 마주 보고 있으니 '중앙'이 맞긴 하다. 두 사람이 이발을 하고 있어서 주인장의 가위질도 바쁘게 움직였다. 평생의 업(業), 이것으로 아이들을 다 키웠다고 한다.

 

공공 게시대에 여러 가지 알림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코로나19에 관련된 내용이 대종을 이루는 것은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인 듯...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고 플래카드가 붙어 있는 것은 농촌이어서 더욱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농촌 마을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것은 농약을 판매하는 가게. 용성면 소재지만 해도 너덧 군데가 되는 것 같았다. 농약은 풀들과의 전쟁에 유용한 무기이지만 땅도 죽어가게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적당히 적당하게 …

 

거주 면민 수에 비해 많아 보이는 마트와 수퍼. 생활 원(源)이 되니까 운영들을 하겠지만 코로나19는 이런 생필품 가게를 극도로 어렵게 하고 있어 가게 주인들이 울상이다. 무슨 특단의 대책이 없을까? 마음이 뒤숭숭.

 

다용도 작업실이라고나 할까. 한 지붕 아래 두 작업실이다. 교차해서 광고 선팅한 것을 보면 주인도 동일인인 듯... 자세히 살펴보니 다루는 일의 영역이 더 있다. 세탁소와 보험 사무실 외에 도장 파는 일까지 하는 것을 보면 주인장의 재능이 남다른 듯...

 

용성면 복지회관 건물이다. 새마을금고와 용성지역아동센터가 입주해 있다. 새마을금고는 돈으로 복지에 기여하고, 지역아동센터는 교육으로 복지에 적지 않게 이바지하는 걸로 알려지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는 것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용성면사무소 앞 버스정류장. 왼쪽으로 가면 매남·송림, 오른쪽으로 가면 미산·자인이다. 한자와 영어로 병기해 놓은 것은 외국인들을 위한 배려인 듯. 정류소 바로 앞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는 버스 시간에 쫓긴 한 승객의 황급함을 말해 주는 것 같다.

 

용성교(龍城橋)에서 바라본 개천. 가뭄으로 물이 거의 말라 있다. 거기에 무심한 잡초만 무성하다. 돌보는 이 없어도 잘 자라는 버려진 풀들에서 강한 생명력을 읽는다. 주요섭의 단편 '잡초'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민중 삶의 고됨을 생명력 강한 잡초에 비유했었지 아마.

 

한 건물 위에 우뚝 세워진 송수신탑. 용성의 전파 흐름을 원활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24시 CU와 레스호프라는 간판이 보인다. 레스호프에선 생맥주뿐 아니라 식당도 겸하고 있는 듯. 입구 유리문에 음식 메뉴가 붙어 있다. 거기에 사료와 낚시용품까지? 욕심 많은 주인장(?).

 

면 소재지 이상 어디를 가던 만날 수 있는 것이 철물점이다. 우리네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대낮인데도 문이 잠겨 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작은 농촌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농업경영인 용성면회, 경산시농업기술센터 용성면농업인상담소란 긴 이름의 간판이 함께 붙어 있다. 농업인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깃발이 아련한 모습으로 펄럭이는데, 우리의 농업은 피폐해져만 간다.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을 상기해 본다.

 

‘카페’와 ‘커피숍’이란 외래어가 판을 치는 세상에 '다방'이라는 상호가 친근하다. 작은 면 소재지에 여러 개의 다방이 있었다. 또 눈에 들어오는 노래방.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가 노래방이다. 그 탓일 게다. 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것은 낮시간 탓만은 아닌 듯... 빨리 물러가라 코로나19야!

 

용성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일 듯하다. 가건물로 올린 것까지 합하면 무려 5층. 그곳에 고향식육식당이 있고, 2층 서울다방도 촌로들의 따뜻한 소통 장소이다. 그 옆 'nk 디자인' 사무소의 농촌스럽지 않은 간판이 눈에 들어와 자세히 살펴보니 '건축 인테리어 · 시설물 유지보수'를 하는 곳으로 되어 있다.

 

이곳에도 경기 침체에서 자유롭지 않은 듯... 짬뽕 전문점도 화려한 간판과는 달리 한산하기만 하다. 그 옆 2층 '재가노인돌봄센터'는 '임대한다'는 알림판이 걸려 있다. '다방, 사무실 또는 다용도'로 쓸 분 주인에게 직접 연락하라고 되어 있다. 상가에 빈 곳이 없도록 경기가 활기를 띄기를!

 

농협 네트워킹은 전국 곳곳에 닿아 있다. 용성농협과 거기에 딸린 하나로마트가 지역 상권을 좌지우지한다. 주민들에게 편리한 처소이긴 하지만 하나로마트로 인해 지역의 다른 상점들이 기를 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함께 살 수 있는 공생의 법칙은 인류 공통의 원리이다.

 

옛 파출소 건물이다. 그러나 현재는 근무하는 사람 없이 비어 있다. 간판도 경찰을 상징하는 독수리 마크에 '경찰 police'라고 되어 있다. 건물만으로도 주민들의 심리적 치안에 도움 된다고 보는 것일까? 파출소 또는 치안센터의 기능이 회복되어 주민들의 안전에 버팀목이 되어줄 날을 다시 기대하며...

 

용성중학교.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넓은 운동장과 교사(校舍)가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이곳을 통해서 수많은 동량(棟樑)들이 배출되어 사회 곳곳으로 진출했을 것이다. 그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맨 부모 세대들의 헌신도 꼭 기억해 두어야 할 터...

 

용성초등학교 정문. 시골에서 보낸 초등학교 생활이 떠오른다. 영숙이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교장 선생님 손녀딸 선희는 도회풍 아이였는데... 소녀들의 고무줄 놀이에 훼방 놓던 어린 시절. 그러고 보면 초등학교 교정은 꿈과 희망과 낭만과 치기가 온통 뒤섞여 있는 곳!

 

학생 수에 비해 공간이 넓어진 학교. 지난 한때 이 공간도 좁아 부대끼면서 학창 생활을 보내야 했던 적이 있다. 2부제 수업이 성행했고... 지금은 학생 수가 현저하게 줄어서 면(面)에 하나의 초등학교 유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용성초등학교 후문, 교실에서 먼 정문보다 이용도가 훨씬 높다.

 

용성지구 수리센터. 밑에 작은 글씨로 '농기구'란 단어가 붙어 있다. 세월의 흐름에 집도 글씨도 삭아 있다. 농업에 필요한 농기구의 쓰임이 줄어드는 것은 농업이 제대로 대우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성농기구란 상호와 함께 전화번호를 걸어 둔 것을 보면 사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듯...

 

'대성소리사' 규모에 상관없이 반가운 이름이다. 이런 이름이 도회지에 있었다면 의당 LP판이나 CD 관련 사무실쯤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곳도 그런 줄 알고 다가갔다. 그게 아니었다. 가전제품 수리, 누전공사 등을 취급하는 곳이었다. 아무렴 어떠랴. 이름이 좋은 것을...

 

'사계절 농약 건재 백화점' 백화점이라면 많은 것을 갖추고 있어야 할 텐데... 어떤 것이 있는지 볼까? 눈에 띄는 것만 차례로 적으면, 원예용 재료, 농약, 농자재, 건자재, 철물, 보일러, 정화조, PVC 파이프... 백화점이라 이름할 만하지 않은가.

 

건물에 관한 것만 소개하다가 진녹색 나무를 소개한다. 먼저 눈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청동분재원, 안을 들여다보니 각종 완상용 나무들이 즐비하다. 헌데 곳곳에 옹기 탑을 쌓아 놓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정성껏 나무를 길러 도회지로 공급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용성면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보건지소. 깨끗한 건물이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다. 면 소재지라곤 하지만 작은 의원조차 없는 농촌이고 보면 보건지소의 역할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건강은 억만금으로도 살 수 없는 것, 건강할 때 잘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꽤 규모를 갖추고 있는 사찰이다. 용이 구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해서 용운사(龍雲寺)라 이름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가 동화사인데, 그 절의 말사이다.

 

전원주택으로 지은 집. 온전한 서양식 건축이다. 현관문을 보니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는 입춘방이 붙어 있었다. 서(西)와 동(東)의 조화인가. 외형은 서양 것을, 속 마음은 우리 것을...

 

용성의 종교 시설은 잘 갖춰져 있는 듯, 면 소재지엔 성당보다 공소로 믿음이 이어지기 쉬운데, 이곳은 성당이 있었다. 용성성당,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의지하여 삶을 이어갔을 것이다. 천주교가 들어온 지 2백 년이 넘었으니 신앙의 무게감이 바위만큼 무겁다.

 

면 소재지의 요건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면사무소·파출소·우체국·단위농협이 그곳에 대부분 몰려 있다. 면사무소와 작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경산용성우체국이 있다. 전화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소통의 많은 부분을 우체국에 의지했다. 전신 전보뿐 아니라 우편물까지... 그런데 지금은?

 

동물병원 간판이 보인다. 사람 병원 없는 곳에 동물병원이 있다니... 농촌이어서 많은 고객을 기대할 수는 없을 듯... 따라서 주인장은 동물병원과 농사를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1톤 트럭에 농기구를 싣고 농장을 향하고 있었다.

 

'용성행복나눔센터'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일종의 푸드뱅크가 아닌가 싶다. 코로나19 시국이어서인지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코로나가 풀려 이곳이 이름 그대로 행복을 나누어주는 중심, 센터가 될 날을 기대한다.

 

대한노인회 경산시 용성면분회 사무실이 있는 자체 건물이다. 근대화 시대에 우리나라 발전에 초석이 된 세대인데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사실, 이것만 깨우쳐도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예쯤은 차릴 수 있을 텐데...

 

당인리회관 용성면 소재지가 당인리에 속하는 것 같다. 지금은 지번이 아니라 도로 번지로 주소를 쓰고 있지만 마을 이름은 그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용성 주민들이 발이 닳도록 들락거리던 이 땅도 인구 감소로 발길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 마음이 아프다.

 

어느 마을이든 지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예배당이 아닐까. 십자가 첨탑까지 계산하면 말이다. 여러 가지 뜻이 내포되어 있겠지만 하늘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의 반영도 없지 않으리라. 믿음과 사랑을 모토로 한 '행복한 우리 교회', 교회 이름에 관형어가 두 개나 붙어 있다. 지역을 위해서 할 일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일 것.

 

건강해야 한다. 공터에 설치된 운동 기구가 앙증맞다. 아이들을 위한 배려인가. 용성면에 대한 관찰은 부분적일 수밖에 없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용성면의 문화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취재 기사를 쓰고 싶다.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도 들어보고... 잠깐 동안의 방문이지만 마음이 많이 갔다. 용성면의 발전을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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