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숨진 이 모 중사의 유족 측 변호인에 따르면 이 중사 생전에 다른 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가 최소 두 차례 더 있었다는 것이다.

2차 가해자가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3명을 추가로 고소했는데 이들 3명 가운데 2명은 지난 3월 이 중사가 차 안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최초 보고를 받은 직속상관인 상사와 준위로 알려졌다. 공군은 즉각적인 조치 대신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 상사와 준위를 3일 보직 해임했다.

다른 1명은 1년 전쯤 다른 회식 자리에서 이 중사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또 다른 부사관이다. 다른 부대 소속인 이 부사관은 이 중사가 소속된 20전투비행단에 파견 왔을 때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유족 측은 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2차 가해에 연루된 상사가 과거 이 중사를 직접 성추행한 의혹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추가로 알려진 피해 사례 두건에 대해서도 이 중사가 직접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는 게 변호인의 전언이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형국이다. 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몬 심각한 사건인데도 부실 조치와 수사가 이어졌음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엄정 수사를 지시하며 지적했듯이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군내 문제점은 광범위하다. 피해 신고 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 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허점을 노출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된 A중사의 주검 앞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서 장관 오른쪽은 이 중사의 부모(사진=연합뉴스)

군 당국이 군검찰과 군사경찰, 국방부가 참여하는 사실상 합동수사단을 꾸려 수사를 진행하고, 민간인까지 참여하는 사상 첫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려는 배경이다. 규명해야 할 의혹은 수두룩하다. 사건 발생 차량 내부의 블랙박스를 압류하지 않은 이유 등 군사경찰의 부실 수사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소속 20전투비행단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최초 보고할 때 단순 사망으로 하면서 성추행 피해 사실을 누락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져 의혹을 키운다. 더욱이 조직적 회유·은폐 시도 의심을 받는 가해자들이 '휴대전화를 바꿔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 가해자들을 엄중 처벌하고 지휘라인 전반에 걸쳐 역할 소홀과 비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길 바란다. 조직적 은폐 정황은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과 관련해서도 드러난다. 유족 측 변호인에 따르면 사건 발생 부대 관계자들이 방역수칙을 어긴 회식이 문제 될까 봐 피해자를 회유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한다.

피해자의 남자 친구까지도 회유를 받았다고 한다. 추행 사건으로 인해 신고가 이뤄지면 회식 때문에 여러 사람이 다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문제가 된 회식에는 5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변호인 측은 파악하고 있다.

방역수칙 위반 의혹이 사실이라면 부대 내 기강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수칙 위반 행위가 그 당시 한 건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란 의심도 들 정도다. 이성용 공군 참모총장은 이날 공군 긴급지휘관 회의를 열어 성범죄를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단위 부대 내에서 조직적인 은폐로 의심되는 일들이 진행됐는데도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대응하는 전형적인 '뒷북 지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공군의 다른 비행단에서는 군사경찰 소속 하사가 여군 숙소에 무단침입해 불법 촬영을 한 사건도 벌어졌다.

이 사건 처리에서도 해당 부대가 가해자를 비호하며 수사를 지지부진하게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군 당국은 이들 성범죄 사건 수사는 수사대로 엄정히 진행하되, 차제에 군내 여성 인권 보호 등 병영 문화와 생활 실태를 철저히 재점검해 기강을 바로 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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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 논설실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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