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 체제가 가동된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국회로부터 김 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송달받고 그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국회의 이날 청문보고서 채택은 바람직하지 않은 과정의 반복이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사위는 과반의 집권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열려 보고서 채택을 의결했고 임명에 반대하는 제1야당 국민의힘은 이에 함께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되는 장관급 인사는 그렇게 또 늘어 33명째가 됐다.

비록 국회 동의가 필수는 아닌 인사이지만 여야의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채 관련 절차가 마무리된 것은 유감스럽다.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인사청문회가 이미 진행된 데다 법정 시한이 끝나 다시 청문회를 열자는 야당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민 무시, 의회 독재"라고 했다. 앞서 청문회는 지난 26일 열렸으나 질의 내용 관련 여야 의원들의 말다툼으로 파행한 끝에 결론 없이 끝났다. 결국 야당 불참 속에 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요청한 보고서 재송부 시한인 이날을 넘기지 않으려고 회의를 열어 약 3분 만에 보고서를 채택한 것이다.

답변하는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5.26 jeong@yna.co.kr

곡절 끝에 임명된 김 총장 앞에 놓인 과제들은 그야말로 하나같이 묵직하다. 우선 흐트러진 검찰 조직을 추스르는 일은 그중 기본일 성싶다. 지난 3월 4일 윤석열 전 총장이 퇴임한 지 근 3개월이 다 돼 간다. 수사ㆍ소추를 맡는 거대 준사법기관이 수장 없이 보낸 시간치고는 제법 길었다.

리더십 공백에서 기인한 문제들을 추려내 대응하면서 서둘러 조직을 다잡아야 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6월로 예고한 검찰 인사는 주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거취 등 장관-총장 간 관련 협의가 균형 있는 결론으로 이어져야 리더십에 신뢰가 생길 것이다.

기득권에 연연하며 조직 보호에만 치중하는 태도도, 혹여 있을지 모를 길들이기 시도를 외면하는 자세도 모두 배격해야 마땅하다. 2018년 6월부터 작년 4월까지 법무차관으로 있었던 김 총장에게 '친정부' 딱지는 부담이다. 그것은 그 기간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장관과 손발을 맞췄다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조국 전 장관 가족 수사와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 등에서 그가 한 일부 선택이 빌미를 제공한 탓도 작지 않다.

나아가 청문 과정에서 불거진 전관예우·이해충돌 논란 역시 불신을 키우는 요소인 만큼 그는 더욱 겸허해야 한다. 퇴임한 후 법무법인 화현 고문변호사로 있으면서 라임·옵티머스 사건 관련자 사건을 수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적 중립성이 관건으로 취급돼야 할 또 다른 핵심 과제는 검찰개혁일 것이다. 청문회에서 그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에 공감한다면서도 형사사법체계 안착이 우선이라고 했다. 검찰·경찰 간 수사권 조정 등 분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 이른바 시즌 1 개혁의 안착에 주력할 때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여당 일부에서 목소리가 커지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포함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등 시즌 2에 대해 선을 긋는 그의 속도조절론은 때가 되면 여권과 충돌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끝까지 소신과 철학을 지키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논의를 유도하되 법-검 갈등으로 에너지를 과소비하지 않게 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대통령선거와 정부 교체기에 임기가 걸쳐 있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사에서 신임 총장의 균형감각을 더욱 필요로 하는 요소다. 이미 널려 있는 정치권 수사에서 철저하게 중립을 지키고 선거 국면에서도 정치 외풍에 흔들리지 않아야 할 이유이다. 수사 하나가 선거판을 흔들 수 있다. 정치가 검찰을 덮어도 안 되지만 검찰이 정치를 덮는 것 역시 안 된다.

자신이 수사 대상이 된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에 대해서도 오해 살 일을 삼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김 총장은 청문회 서면답변에서 밝혔다. 그렇다. 김 총장이 두려워할 대상은 그 다짐을 실행하는지 지켜볼 국민이어야지, 여야 정치권이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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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 논설실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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