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표 편저 『전킨 선교사』(전킨기념사업회, 2021년 5월 1일 출판)

은둔의 나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묻다.... 윌리엄 맥클리어리 전킨

한 일보다 더 후한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사람도 있다. 윌리암 M. 전킨은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에 와서 군산과 전주를 중심으로 복음의 씨를 뿌려 많은 결실을 거두었다. 그는 호남 최초의 선교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킨에 대한 연구는 일천하기 짝이 없다. 그에 대한 단행본은 커녕 변변한 논문조차 몇 안 된다. 이유가 뭘까? 중앙에 대한 지방의 홀대를 먼저 꼽아야 할 것 같다. 또 한 일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미국 남장로교의 전통도 일정 부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일천한 연구 뒤에 나온 귀한 책

이런 상황에서 서종표 목사가 전킨에 대한 묵직한 책을 출판했다. '편저'라고 했지만 '저서'라고 해도 그렇게 틀리지 않을 책이다. 책의 이름이 『전킨 선교사』(전킨기념사업회 출판)인데, 앞에 '호남 최초 선교사'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우리 기독교 역사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책이 전체 256쪽이니 결코 적은 분량이 아니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전킨 선교사 생애와 사역, 제2부 전킨 선교사의 발자취를 따라서, 제3부 전킨 선교사를 회상하며, 제4부 화보. 각 부의 제목에서 글의 내용과 성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제1부는 전킨 선교사의 평전이다. 출생에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전킨의 삶을 선교의 관점에서 정리해 놓았다. 그는 생의 약 1/3을 한국 선교지에서 보냈다. 1부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2~4부는 1부를 위한 보족(補足)이라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제2부는 전킨과 관계있는 흔적을 찾아 나선 편저자의 여행기이다. 미국 버지니아를 중심으로 전킨 부부의 고향, 출신 학교, 역사관 및 부인 레이번의 묘와 동역한 불 선교사의 묘지 등을 찾아 체취를 복원하려 노력하고 있다. 감추어져 있는 전킨의 삶을 들추어 내어 독자와의 거리를 좁혀주고 있는 셈.

전킨 평전을 위한 그의 흔적 찾기

제3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킨과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의 추모 글 모음이다. 메리 레이번 전킨(부인), 에드워드 L. 전킨(아들), 윌리엄 D. 레이놀즈(동역한 선교사), 프레스톤 전킨(손자) 등의 회상기가 수록되어 있다. 전킨 선교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손자 프레스톤의 글 두 편은 최근의 것인데, 전킨 목사 기념사업회 초청으로 2020년, 2021년 추모예배(1월 2일)에 참석해 한 인사말을 수록했다. 전킨과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사람들의 육성 녹음을 듣고 있는 것 같아서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특장(特長)은 수록된 사진에 있다. 사진은 두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책의 앞부분에 배치된 화보는 전킨 선교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진 모음이다. 뒤 '사진으로 보는 전킨기념사업회 발자취'는 전킨의 선교적 유산을 연구하고 또 대중화시키기 위한 기념사업회의 노력을 수록했다.

오늘날을 흔히 시각(視覺)의 시대라고 한다. 포스트모던의 경향도 읽는 것보다 보는 것을 선호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도서도 예외가 아닌데, 적재적소에 사진을 삽입해서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눈의 피로도를 줄여 가독력(可讀力)을 높여준다. 독자를 위한 귀한 배려이다.

독해력 제고에 도움 주는 사진들

전킨은 호남 최초의 선교사라고 했다. 이 사실도 중요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더 중요한 사실은 그가 해외 선교사로서 전형적인 사역을 함으로써 참된 믿음을 증거했다는 점이다. 전킨은 선교사로서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영혼 구원에 최선을 다 했다.

선교사로서 전킨이 조선 선교에 어떻게 임했는가? 먼저, 다른 선교사들이 가기를 꺼리던 지역을 자원했다. 은둔의 나라 조선을 선교지로 택한 것이 그렇다. 또 당시 호남은 동학이 세를 떨치고 있었고, 천주교가 전도의 열매를 얻고 있을 때여서 기독교로 치면 험지(險地)에 속했다.

둘째, 미국 남장로교가 할양받은 호남지역에서 전킨은 선교의 기본 전략에 충실했던 점을 들 수 있다. 지역에 스테이션(station, 部)을 정하고, 거기서 의료, 교육과 병행해 복음을 전했다. 그의 군산·전주 선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전략이 유효했음을 말해 준다. 선교사들의 헌신적 삶이 뒷받침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셋째, 목숨까지 내어놓은 사명감이다. 전킨과 부인 메리 레이번은 미국 남부의 부유한 가문 출신이다. 하나님의 일이 아니었다면 당시 은둔의 나라 조선까지 올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언더우드와 윤치호의 ‘마게도냐 호소’에 마음의 울림이 일어 조선행을 결단했다.

몸을 돌보지 않은 선교 열정

전킨 부부는 실제 한국에서의 선교 사역 중에 세 아들을 잃는 아픔(조지 1894년 서울, 시드니 1899년 군산, 프랜시스 1903년 군산)을 겪어야만 했다. 전킨 자신이 43세로 생을 마감한 것도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오직 선교!’라는 사명감에 충실한 결과였다.

당시 우리나라 삶의 상태는 조악(粗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의료체계의 미비로 병에 걸리면 쉽게 죽음으로 이어졌다. 전킨이 1900년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가서 한 일이 선교 보고와 함께 선교지 군산에 병원 설립을 위한 모금 활동이었다. 병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때의 건축헌금이 마중물이 되어 1907년 군산예수병원(구암병원, Atkinson Memorial Hospital)이 설립될 수 있었다. 병원을 통한 의료 선교는 학교를 통한 교육 선교와 함께 복음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의료 선교와 전도 활동은 분리되어 다가온 것이 아니라 같은 것으로 인식되었다(이 책 97쪽).

한 인물을 역사란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사료에 근거한 치밀한 연구가 따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서종표 목사의 『전킨 선교사』는 전킨 연구의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이 판을 거듭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에서 몇 가지 지적을 하고자 한다.

첫째, 기본 사료를 교차 대조해 통일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킨의 출생 연도가 이 책만 해도 1865년 12월 13일(1, 36쪽), 1865년 12월 15일(169쪽), 1855년 12월 13일(188쪽), 1863년 12월 13일(232쪽) 등으로 나뉘어 있다. 기억에 의존해 쓴 글 탓일 텐데, 바로 잡아야 한다.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들

연구의 주요 자료는 미국 남장로교 선교본부에서 발행한 월간 The Missionary에 실려 있는 보고서와 편지이다. 일정 부분 사신(私信)의 성격을 지니는 글들이어서 비평적 독해가 필요하다. 연대나 지명을 당시 시대 상황과 대조해서 사실을 도출해 내는 노력이 요구된다.

둘째, 전킨과 관련되어있는 일반 사료와의 크로스 체킹 필요성이다. 가령 이 책엔 전주의 해리스 선교사와 결혼한 리니 데이비스(Linnie Davis)의 이른 죽음을 결핵이라고 했는데(117쪽), 윤치호 일기에 보면 발진티부스에 감염되어 목숨을 잃었다고 되어 있다(국역 윤치호 영문일기 2).

전킨을 비롯 7인의 개척선교사(Seven Pioneer)가 한국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존 언더우드(John Underwood)가 2천 달러를 후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53쪽). 다른 자료에는 언더우드가 2만5천 달러를 기부했다고 되어 있다(백낙준 『한국개신교사』 199쪽). 이런 돈의 액수도 통일해야 한다.

1904년 남장로교 한국선교부 연례회의에서 전킨의 선교지를 군산에서 전주로 옮길 것을 결정했다. 쇠약해진 건강을 돌볼 여유를 가지라는 뜻에서다. 전주에서의 활동 반경을 약 20리 이내로 제한했다. 20리를 이 책에서는 3마일이라고 했다(120쪽). 그러나 부인 메리 레이번의 추모글에는 반경 6마일로 되어 있다(170쪽).

급하게 책을 출판하는 바람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탈자들이 곳곳에 보인다. 학술서라기보다 대중 교양서 내지 신앙 도서 성격이 강한 책이다. 앞으로 판을 거듭하면서 독자들의 사랑 받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사소한 오류도 바로잡아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전킨의 동역 선교사들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끝으로 한 줄 덧붙이고 싶은 것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전킨 선교사를 주제로 삼았다. 그가 제일가는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와 동역한 선교사들의 중요성을 낮춰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의 부인 메리 레이번, 의료선교사 드루, 레이놀즈 부부, 리니 데이비스 선교사 등의 동역이 없었다면 군산 전주의 풍성한 선교 열매를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책상에 앉아 쓴 글이 있고, 발로 뛰면서 눈으로 보고 쓴 글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본 만큼 쓸 수 있다는 말도 있을 법하다. 서종표 목사의 『전킨 선교사』는 발로 뛰면서 눈으로 확인하고 쓴 글이다. 그만큼 역동성이 느껴진다. 이 책은 초기 호남 선교의 많은 부분을 담고 있다. 기쁘게 일독을 권한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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