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인지상정.... 이해와 배려

기분이 좋다. 침체된 사회 분위기에서 이런 일이라도 자주 일어나면 좋겠다. 글 한 편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던 중, 국회도서관 소장 자료를 하나 발견했다.

하지만 개인 컴퓨터론 출력이 되지 않았다. 협약기관에서만 출력을 할 수 있다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협약기관이란 국공립도서관, 대학도서관 등을 일컫는 것이다.

김천시립도서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지금 문을 열지 않고 있다. 국회도서관으로 우편 복사를 신청할까 하다가 방법이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가는 데 시간도 걸릴 수 있다.

김천대학교 도서관 1층 서고

생각 끝에 김천대 도서관엘 연락해 보았다. 협약기관 출력 가능한 것이면 그 대학 도서관에서도 자료를 복사할 수 있다는 직원의 대답이었다. 급히 차를 몰고 그곳으로 갔다.

자료로 쓸 필요한 논문을 출력해 왔다. 친절한 도서관 직원들의 자세에서 기독교 학교의 진수를 볼 수 있었다. 흐뭇한 마음이 인 것은 물론이다.

재작년 10월쯤이었다. 서울의 한 기독교 대학(횃불트리니티대학원대학교) 도서관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당한 적이 있다. 그 대학 관계자가 아니면 출입이 제한되니 도서관에서 나가 달라는 것이다.

근무하는 사람(아르바이트하는 그 대학 학생인 듯)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신분증까지 맡기고 들어가서 급히 자료를 찾아 글을 쓰고 있었다.

다른 근무자(직원으로 보이는 사람)가 오더니 사정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다짜고짜 나가 달라고 것이다. 나로서는 나오는 것 외엔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젊은 사람에게 수모를 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쫓겨다나시피 그 도서관 문을 나서면서 이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게 기독교 대학을 표방하는 도서관 직원으로서 과연 옳은 태도인가? 완곡하게 나가 달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대학 관계자 외엔 출입이 제한되는 학교 나름대로의 내규는 정할 수가 있다. 그러나 도서관을 위해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을 위해 도서관이 있다면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운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오늘 김천대학 도서관에서 귀한 자료를 출력하고 나오면서 횃불트리니티대학원대학교 도서관에서 받은 부정적 인식이 많이 상쇄되었다. 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이 거창한 데만 있는 게 아니다. 김천대 도서관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세상 제도가 다 같을 수가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그래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사람이 좋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이명재 기자)

이명재 lmj22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