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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시평] 대통령 조화와 해빙 정국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철학박사)
이명재 | 승인 2021.05.21 21:23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흐뭇한 기사 하나를 읽었다. 맨날 싸우는 것, 도덕적 타락 등에서 비롯되는 우울한 내용만을 보다가 이런 기사를 만나면 마음이 따뜻해 온다.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부인상을 당했다. 곽 의원의 나이로 볼 때 부인도 아직 세상을 뜰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연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죽음은 늘 사람을 슬프게 한다.

부인을 여읜 곽 의원에게 먼저 애석한 마음을 전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빈소에 조화를 보내어 유족을 위로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 가족과의 악연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곽 의원의 걸어온 길을 들춰보면 이해 곤란한 것들이 많다. 뒤에 무혐의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1991년에 일어난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에 그는 수사 검사 중 한 명이었다.

곽 검사 등의 어거지 기소로 강기훈은 오랜 시간 감옥생활을 해야 했다. 조사받는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영어의 생활 속에 병을 얻어 그는 지금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데도 곽 의원의 사과는 없었다.

곽 의원은 박근혜 탄핵의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박근혜 정권 때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었다. 맡은 바 직무에 충실했다면 최순실 국정농단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떳떳하지 못한 삶에 대한 반작용이라고나 할까? 곽은 문재인 대통령 가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전직 검사가 맞는지, 과연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사람인지 의아할 정도로 저수준의 행태였다.

항간에 곽 의원을 두고 국회의원이 아니라 흥신소 직원으로 취직해야 할 사람이라고 비아냥댔다. 그도 그럴 것이 김정숙 여사뿐 아니라 자녀들, 심지어는 대통령의 손주들까지 물고 늘어졌으니까.

소송까지 걸려 있는 것도 몇 건 있는 것 같다. 이런 관계를 생각한다면 대통령의 조화는 이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악연과 슬픈 일을 위로하는 건 별개라는 반응을 보였다.

원수가 아닌 이상 관계가 틀어져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아니, 원수지간이라 해도 관계를 푸는 것이 좋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게 하는 게 옳다. 개인의 관계도 그런데 정당은 더할 나위 없다.

그렇다면 방법이 뭘까? 만나서 소통하는 것이다. 대화하는 것이다. 만남의 물꼬를 트는 데에 경조사 때 찾아 축하하고 위로해 주는 것 같이 좋은 기회가 없다. 축하할 장소보다는 슬픔을 위로하는 자리가 좋다.

언제부턴가 정치가 왜소화되어 가고 있다. 투쟁이 협상을 눌렀고, 덕스런 말보단 저주의 막말이 정치판을 지배했다. 정치의 왜소화를 말했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의 왜소화라 해도 틀리지 않다.

골목대장의 논리라고나 할까. 정말 봐야 할 것은 보지 못하는…. 그런 중에도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몇 번의 조문에서였다. 나라 간의 조문 외교라는 말이 있듯이 나라 안 조문 정치의 가능성도 비쳤다.

5월 20일(목)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부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한 병원 장례식장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2019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 당시 자한당 황교안 대표가 조문을 가서 예를 표했다. 2020년 5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부친상을 당했을 때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조문을 가서 위로하고 얽힌 정국을 대화로 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모친 빈소로 조문 오는 것을 처음엔 정중하게 사절했다. 그러나 오는 조문객을 돌려보내는 것도 도리가 아니다. 조문을 가면 어떤 식으로든 대화의 물꼬를 틔울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여야 다 같이 싸움은 이젠 그만하고 상생의 길을 찾을 것을 권하고 싶다. 국민을 위해 싸운다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도 아니다. 개인의 욕구 나아가 기껏해야 자기가 속한 당을 위한 싸움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라는 점점 더 피폐화해가고….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를 받은 곽상도 의원도 감사함을 전했다고 한다. 또 대통령 조화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했다고 한다. 바로 이런 것이다. 못 풀 게 하나도 없다. 궁즉통(窮即通)이란 말도 있지 않나.

해빙 정국을 만들 때가 되었다. 아니 많이 늦었다. 지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유례없이 국민의힘 소속 두 의원 초청을 받고 다녀왔다. 곽상도 의원 빈소의 대통령 조화도 비슷한 흐름으로 본다. 이런 흐름을 거슬러서는 아니 된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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