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민주노총 불참으로 최저임금 심의 삐걱, 대화만이 상생의 길이다

(서울=연합뉴스) 내년 적용될 최저임금의 심의ㆍ의결을 위한 노ㆍ사ㆍ공익 간 사회적 대화가 초반부터 삐걱댄다. 3자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18일 위원 위촉식을 포함한 제2차 전원회의를 열었으나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 전원이 불참했다. 위원회는 그러나 이들이 빠진 상태에서 제12대 위원장으로 박준식 한림대 교수의 연임을 확정하는 등 위촉식을 하고 예정대로 회의도 진행했다.

연례 최저임금 협의는 저임 노동자들의 최저생활 보장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핵심 대화다. 노동계의 한 축이 함께하지 않은 점이 유감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더는 파행이 되풀이되지 않게 3자 전원이 노력해야 한다. 상생의 길을 모색할 유력한 방도는 그뿐이다.

민주노총의 불참 이유는 두 가지다. 자신들이 전원 교체를 요구한 공익위원 9명 중 7명이 유임된 것이 하나다. 지난 2년간 역대 최저 인상률(2.87%, 1.5%)을 주도한 이들의 재위촉에 민주노총은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노사가 양보 없이 대결하는 논의 특성상 캐스팅보트를 쥔 쪽은 공익위원들이다. 이들의 재위촉은 곧 노동계의 희생을 예고한 것과 같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노총 5명, 민주노총 4명의 근로자위원 배분 관행이 유지된 점이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을 조합원 수에서 앞질렀는데도 배분 비율이 바뀌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제1 노총 지위 다툼은 양대 노총 간 갈등의 뇌관이다. 이 위원회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논의 틀에서 노동계의 대표성을 좌우할 문제여서다.

지난 5월 11일(화)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민주노총 몫 근로자위원의 전원 불참으로 뒤 좌석이 비어 있다(세종=연합뉴스)

이들 사유를 들어 민주노총은 회의 1시간 전 의견문을 통해 불참을 통보하고, 회의장 밖에서 집회를 열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위기로 저임 노동자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집권 기간 시간당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이라는 정부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가는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대화 거부를 정당화하기는 힘들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민주노총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공익위원들로만 위원회를 꾸릴 수 있다고 볼 만큼 현실감이 떨어지진 않으리라 믿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3자가 다 그리 행동한다면 대화라는 것은 애초 성립하기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있었던 민주노총의 공익위원 상대 '문자폭탄' 논란 같은 불상사도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제1 노총 지위와 위원 배분도 타당한 잣대에 기반을 둔 두 노총 간의 합의가 선행돼야 순조롭게 풀릴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자칫 노노 대립이 격화할 경우 사안에 따라 한 데 힘을 모아도 모자랄 노동 이슈에서 분열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연대와 이해 증진, 권익 보호를 모두 해칠 수 있다.

최저임금은 현 정부 전반에 걸쳐 큰 관심을 끈 의제다. 1만 원 목표에 매달린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노동존중사회 구현을 위한 한 방편으로 집권 초반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다. 그러나 저소득 자영업자의 부담 증가와 저임 일자리 감소라는 을들의 대립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반론에 직면하며 속도조절 논쟁과 고용유지 보조금 확대로 이어졌고,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위기 가속에 맞물려 극적인 하락으로 반전했다.

심의의결일 기준으로 집권 첫해인 2017년 16.4%에서 출발한 인상률은 10.9%, 2.87%, 1.5%의 급하향 그래프를 그린 것이다. 그 사이 2017년 6천470원 하던 최저임금은 올해 8천720원이 됐지만 평균 인상률은 7.7%로 떨어져 전임 정부의 7.4%에 근접한 상태다. 이번에 5.3%를 올려야 가능한 9천180원 이하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전 정부의 평균 인상률보다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노동계는 코로나19 위기가 가중하는 저임 노동자들의 생활 개선과 1만 원 공약을 들어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액수와 인상률이 아시아 최고라며 동결과 함께,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음식, 숙박업 등을 위한 업종별 차등 적용을 희망하고 있다. 노사 간극이 큰 건 올해도 같아 접점 찾기에 진통이 예상된다.

법정 최저임금 고시 시한인 8월 5일을 기준으로 이의제기 절차까지 고려하면 7월 중순까지 위원회는 의결해야 한다. 아직 시간은 있다. 코로나19 상수를 고려한 현명한 타협은 3자의 협의 의지와 민주노총의 복귀가 그 출발점이어야 한다.

* 이 [연합시론]은 본 신문(김천일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yna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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