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전문성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전문성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요즘 상식적으로 이해 안 가는 게 많지만 그 중 김학의 강제출금 건에서 야기되고 있는 법적 문제는 시민의 눈으로 볼 때 의아하기 이를 데 없다.

김학의는 성접대 사건으로 지난 한 때 매스컴을 장식했던 인물이다. 원주의 한 별장에서 여성을 끌어안고 춤을 추는 동영상이 공개되어 입이 열 개라도 부인하지 못할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수사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제 식구 감싸기에 능숙한 검찰은 술 먹고 춤춘 이가 김학의라고 특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알 수 있는 뻔한 얼굴인데 검찰이 김학의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 간다며 무리수를 두었다.

검찰이나 김학의 입장에선 혹을 붙인 격이 되었다. 검찰개혁과 맞물려 이 김학의 사건은 곤혹스런 사안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떻게든 그 혹을 떼 내어야 했다. 그게 김학의의 야반도주였다. 김학의 혼자 결정한 게 아닌 것 같다.

검사에 법무부차관까지 지낸 사람이 못 알아보도록 변장을 하고 외국으로 도망가려다 인천공항에서 잡히고 말았다. 도주에 성공했다면 김학의 성접대 사건은 유야무야(有耶無耶)되고 말았을 것이다. 검찰이 범죄를 덮는 수법 중 하나다.

도망 일보 직전에 붙잡은 것은 여러 사람의 긴밀한 공조 속에 가능한 것이었다. 범죄혐의가 있는 사람을 외국행 비행기 탑승 직전에 붙잡은 것은 일반 상식으로 볼 때 칭찬받을 일이지 범죄 행위로 몰아세울 일이 아니다. 이것은 본말을 전도하고 프레임을 바꾸어 본질을 흐리기 쉽다.

문제는 여기서 터졌다.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검찰 주류(이 정점에 윤석열이 있었음)가 김학의 출국 저지를 불법출금이라며 절차적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또 반부패부장과 검찰국장이 외압을 행사했다며 검찰조직을 동원해 문제를 삼은 것이다.

김학의 전법무부차관 성접대 사건 일지(사진=연합뉴스)

이성윤은 이 건으로 제 식구(?)한테 기소까지 당해서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다.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 같다. 이 건으로 기소되지 않았다면 윤석열 사퇴 뒤 검찰총장이 되었을 사람이다. 정권 말기의 검찰총장은 아주 중요하다.

정권이 국정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뿐 아니라 새 정부가 탄생하는 데에도 일정 부분 검찰권을 행사해서 탈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권력 말기엔 아무나 검찰총장의 자리에 앉힐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면종복배(面從腹背) 형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에 충성을 다 할 수 있는 신실한 사람이어야 한다.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 적임자다. 시류에 편승하는 이, 뒤통수 치는 사람은 곤란하다. 정권과 코드 맞는 검찰총장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이성윤이 문재인 정권 마지막 검찰총장에 후보 1순위였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성윤의 김학의 출국금지 외압으로 몰아가는 것은 법 이전의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검찰권력을 휘두르며 부소불위(無所不爲)의 위치에 있는 검찰 주류의 조직적 공격 행위이다.

쉽게 말해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검찰 주류 세력이 개혁에 동참하려는 검찰 비주류를 내친 사건으로 보면 된다. 법과 원칙에 의한 처리가 아니라 검찰의 기득권을 지키느냐 내려놓게 하느냐의 싸움으로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이성윤의 좌절은 후자가 패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과정과 결과가 선(善)하고 정의(正義)로우면 그것처럼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정에 얽매어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 또한 없다.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이 변장을 하고 도주하려 할 때 저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불교 경전 아함경(阿含經)에 유명한 비유가 나온다. 독화살 맞은 사람 이야기이다. 한 사람이 독화살을 맞고 사경을 헤맨다. 이때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독화살을 뽑아내는 일이다. 그런데 친족들이 뽑지 말라고 제지한다. 독화살에 대해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며...

화살이 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겠다고 한다. 그 활이 어떤 활이며, 이 화살을 언제 누가 만든 것인지 알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독화살 맞은 사람은 죽어가고 있는데 말이다. 본질과 지엽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 주는 비유이다.

김학의 야반도주(夜半逃走)를 막은 것을 두고 절차를 무시했다며 법으로 다스리겠다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법리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민의 법 상식으로는 이해불가(理解不可)이다. 검찰이 정치 집단으로 변질되었다. 윤석열이 대통령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부처님 오신날, 얽히고설킨 세파로 생각이 복잡해지는 하루이다. 이래서 그분이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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