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갈아엎는 달

                詩 / 신동엽

내 고향은
강 언덕에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지금도
흰 물 내려다보이는 언덕
무너진 토방가선
시퍼런 풀줄기 우그려넣고 있을
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 것들.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산천은 껍질을 찢고
속잎은 돋아나는데,

4월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
우리네 조국에도
어느 머언 心底,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곰나루서 피 터진 동학의 함성,
광화문서 목 터진 4월의 승리여.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不夜城 갈아엎었으면

갈아엎은 漢江沿岸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일어서는 달.

* 한 한국문학사 책을 읽다가 신동엽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기에 그 책을 두 번 다시 손에 들지 않았다. 지난 한 때 정지용의 시가 송두리째 영어(囹圄)의 신세가 되어 우리 시문학사를 황폐화시켰던 적이 있었다. 신동엽은 김수영과 함께 참여문학의 거봉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런 신동엽을 문학사에서 제거하고 있다니!

4월은 우리에게 시간의 개념 이상의 함의를 갖고 있다. 4.19혁명이 일어난 달이고 4.16 세월호의 비극이 있었던 역사적인 달이다. 그리고 얼마 전엔 4.7 보궐선거가 있었다. 이럴 때 떠오르는 시가 신동엽의 '4월은 갈아엎는 달'이다.

시가 삶 속에서 약자에게 힘을 북돋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면, 인간다움을 무장하게 하는 것이라면 이 시만큼 효용성이 큰 것을 찾기 어렵다. 일제강점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을 시인은 가난을 체휼(體恤)했고, 그것의 대물림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그래서 '죄 없이 눈만 큰 어린 것들'을 보며 미치고 싶다. 그것은 지역을 넘어 조국의 가난으로 확대된다. 해결책이 뭔가? 갈아엎는 것이다. 동학의 함성, 4.19의 포효, 말도 안 되는 세월호의 희생 등이 4월을 갈아엎은 드러난 사건들이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잡아 주었으니까.

하지만 시인은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푸른 보리밭', '피어나는 진달래'... 갈아엎으면 일어서게 된다는 것도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독자에게로 다가온다(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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