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검찰청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과정의 모해위증 의혹 재소자를 무혐의로 판단하고, 불기소 결론을 법무부에 보고했다. 모해위증 무혐의는 곧 모해위증 교사의 불성립을 뜻하는 것이기도 해 10여 년 전의 한명숙 수사팀도 덩달아 혐의를 벗게 될 전망이다.

앞서 전국 고검장·대검 부장들이 3월 19일(금) 장시간 회의와 표결 끝에 내린 결론은 대검의 애초 판단을 답습한 것이었다. 회의에서는 대검 부장(검사장급) 7명, 전국 고검장 6명 등 14명이 표결에 참여해 10명이 압도적으로 불기소 의견을 냈다. 기소 의견과 기권은 각기 2명씩으로 소수에 그쳤다고 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검찰 수뇌부 회의,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결과 수용과 법무부 보고가 불과 사흘 만에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22일 밤 12시까지여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기왕에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작정이었다면 좀 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부여하는 게 바람직했다. 다른 결론이나 팽팽한 표결 결과를 반드시 기대해서라기보다 이런 급행 결론에는 그 완결성과 관련해 으레 미심쩍음이 뒤따라 새로운 논란을 잉태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다.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지난해 4월 본격 제기되면서 거의 1년간 서초동뿐만 아니라 여의도를 달궈온 뜨거운 감자였다.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을 담당했던 검찰 수사팀이 2011년 관련 재판에서 재소자들에게 허위 증언을 사주했다는 진정이 논란의 시작점이었다.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취지로 증언을 하도록 검찰이 재소자들을 움직였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런 짬짜미로 법정에서 선서하고도 거짓 증언을 했다면 이게 모해위증이고, 이를 유도한 검사는 모해위증 교사 혐의를 받게 된다.

의혹과 관련된 재소자 3명은 많게는 한 달에 수십 차례씩 검찰청으로 출정 조사를 나가 정보를 제공하고, 외부인과 연락할 기회를 얻는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고 한다. 담당 검사와 재소자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게 하는 대목이며,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여기까지 끌고 오게 만든 단초이자 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사건이 이미 10년 전에 벌어진 일이어서 모두를 납득시킬만한 증거를 지금에 와서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재소자의 주장을 의혹의 핵심 근거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도 의혹 증명에 걸림돌이 됐을 것이다. 그래서 발화자 디스카운트는 끝내 극복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 모해위증·교사 문제는 박범계 장관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 두게 됐다. 고검장·대검 부장 회의 결과가 워낙 불기소 쪽에 일방적으로 치우쳐 박 장관 입장에서는 이를 수용하는 방법 말고는 딱히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박 장관이 수사 지휘를 내리면서 애초 대검의 불기소 '결론'보다는 그러한 결론에 도달했던 '과정'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에는 모해위증·교사 의혹사건의 기소 처분을 주도했던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을 참여시켜 의견을 청취하는 등 검찰이 외견상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노력한 부분이 있어서다. 하지만 박 장관이 대검의 결론을 수용한다고 해서 검찰의 낡은 관행까지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주목되는 것이 박 장관이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에 지시한 합동감찰이다. 당시 '한명숙 수사팀'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을 특별점검하라는 지시로, 이는 무혐의·불기소 결론과는 다른 차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사건 관계인에 대한 인권 침해적 수사, 사건 관계인 가족과의 불필요한 접촉, 수용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정보원이나 제보자로 활용한 정황 등이 감찰대상으로 거론된다.

일례로 당시 수사팀은 한만호 전 대표를 검찰청으로 불러 70여차례 조사하면서도 60회 이상 조서를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관행 또는 수사기법이라는 이름 아래 과거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진 검찰의 일그러진 수사문화를 차제에 바로잡는데 합동감찰의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이유다.

검찰은 연이은 불기소 결정으로 제 식구 감싸기에만 치중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합동감찰을 과거 그릇된 수사 관행과 결별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갖길 바란다.

yna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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