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김천예술고등학교 교장에서 조기 퇴임한 주광석 선생

시작이 중요하지만 잘 마무리하는 것은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32년의 교직 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제2의 삶을 설계하는 사람이 있다. 얼마 전 김천예고 교장을 끝으로 퇴직한 주광석 선생이 그 주인공이다.

주 교장은 대인관계에서 몇 가지 특장(特長)을 갖고 있다. 겸손하다는 것, 매사에 솔선수범한다는 것, 성실하다는 것... 이것을 한 가지로 정리한다면 상대에 대한 넓고 깊은 배려의 마음이라고 하겠다.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장’이라고 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3월 12일(금) 점심식사를 같이 하고 한 커피점에서 마주 보고 앉았다. 주 교장은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 32년을 중·고등학생들과 생활했으니 그 가운데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서사(敍事)가 한둘이 아니리라.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질문이 제한되었고 따라서 답변도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주 교장의 지나온 삶 못지않게 앞으로의 삶에 관심 두는 사람들이 많다. 지역 발전을 위한 그의 활동을 기대한다(편집자 주).

Q1. 주 선생님을 만년 청년으로 생각해 왔는데, 얼마 전에 퇴임하셨죠? 정년 퇴임이신가요?

A. 명예퇴임을 했습니다. 정년은 아직 4년을 남겨두었고 교장 정년은 1년 반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제가 학교 관리자로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후진들에게 관리자의 기회를 부여하고 싶어서 일찍 명예퇴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Q2. 그러니까 평교사... 관리직이면 교장을 가리키는 것인가요?

A. 예, 그렇습니다. 따져 보니까 평교사로 15년, 관리직인 교감 교장으로 17년 모두 합해 32년을 근무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뛰었다고 생각합니다.

Q3. 평교사일 때 무슨 과목을 담당하셨지요?

A. 과학 중 생물 교과를 담당했습니다. 생물은 우리 인체와 관련이 있는 교과이기 때문에 먼저 저 자신이 재미가 있었고 학생들도 좋아하며 잘 따라주었습니다. 전공 선택은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의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생물을 전공을 선택했는데 지금도 삶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4. 교직을 천직으로 알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어떤 식으로 드러났지요?

A. 스스로 판단하고 실천에 옮겼습니다. 일의 가운데 항상 학생들을 두고 생각했습니다. 성실과 근면이 삶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실천궁행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시작하고 마지막에 끝낸다는 생각을 하면서 교직 생활에 임했습니다. 그러니까 주위에서 인정해 주고 좋은 결말을 맺게 되더군요. 졸업생들이 좋은 대학에 입학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며 교사로서의 자긍심을 가졌습니다. 김천예고가 경북의 명문고로 성장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탰다고 생각하니까요.... 천직의 열매들입니다.

Q5. 김천예고에서 가르친 학생들 모두가 소중한 제자들이지만 특별히 이 시간에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없는지요?

A.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심찬양 군을 먼저 얘기하고 싶습니다. 심 군은 농촌교회 목사님의 자녀로 고교 시절 미술을 좋아했습니다. 특히 벽화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학교에서도 여기저기 벽면에 벽화를 그리다가 혼난 적도 있었고, 김천 시내 곳곳 터널 안에도 친구들과 재미 삼아 벽화를 그리기도 했지요. 그런 재능과 끈기 그리고 열정이 꽃을 피워 지금 세계적인 그래피티 작가가 되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작품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복 입은 흑인 여성을 그려서 미국 매스컴에서 주목했고, 따라서 세계를 무대로 지금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한 사람은 트바로티 김호중 가수입니다. 트바로티 아리스 팬 일만여 명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호중 군은 성악으로 주목을 받으며 활동을 했지요.고 그러다가 미스터트롯에서 Top7에 들면서 인기 절정에 이르렀는데, 힘든 역경을 이겨내고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김천예고의 자랑이지요. 그 외 일일이 거명을 할 순 없지만 전공을 살려서 대학교수, 중고등학교 교사로 봉직하는 제자들이 많습니다.

Q6. 김천예술고가 특수목적고등학교에서 일반예술 고등학교로 바뀌었는데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A. 특수목적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받는 공납금을 가지고 학교를 운영해나가는 체제이니까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적지 않은 공납금을 부담해야 하는 학부모님들도 어려웠지만 운영하는 학교에서도 어려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2018년에 특수목적고등학교 취소승인을 받아내기 위하여 힘든 과정을 거쳐서 취소에 성공하였습니다. 일반예술고등학교가 된 것이지요.

특목고에서 일반예술고로 변경하기 위해 애쓴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무상교육을 목전에 두고 고액의 공납금을 내야 하는 우리 학생들이 너무나 안쓰러웠습니다. 예술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다 부유한 가정을 가진 것은 아니잖습니까.

일반 학교 학생들은 무상으로 교육받는다고 하는데 우리 학생들은 많은 공납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을 도저히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특목고를 취소하고 일반예술고등학교로의 전환에 성공했을 때 그 기쁨은 지금도 살아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저희 학교 학생들도 무상교육을 받게 되었지요.제가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한 일 중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올 신입생 모집에 있어서도 정원보다 많이 지원하여 31명이 불합격되었습니다.

Q7. 주 선생님은 지역 발전에 손발을 놓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떤 (봉사) 활동을 해 오셨는지요?

A. 학교에 있다 보니까 몸을 드려서 하지는 못했습니다. 대구검찰청 김천지청에서 검찰시민위원으로 활동했고 법무부 김천소년교도소 교화위원으로 봉사를 했습니다. 대통령직속 김천민주평통 간사를 거쳐 지금은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또 한 장애아동 교육기관의 운영위원장으로 섬기게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미력이나마 보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8. 교직에 있으면서 학생들을 지도한 철학이라 할까요, 정신이라 할까요 그런 게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A. 저는 크리스찬(장로)으로서 성경에서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주신 "강하고 담대하라"는 말씀이 저 자신과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

시골에서 가난한 집안의 4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언제나 사막에 홀로선 개척자의 기분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늘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인도하심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32년 교직생활을 아무 일 없이 잘 마칠 수 있게 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도 그들 나름대로 다양한 어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강하고 담대하라”는 말씀으로 격려했지요. 학생들이 의지를 갖고 열심히 따라준 보람이 적지 않습니다.

Q9. 이 책만은 자라나는 세대뿐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하는 것이 있을 것 같아요.

A. 예, 여러 가지가 있지만 먼저 교육자 입장에서 이것 하나만 들겠습니다 <질문하는 공부법 하브루타>(전성수 지음, 라이온북스 출판)인데, 이 책은 기존의 강의식 수업을 하는 교사나 그런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큽니다. 수업방식을 대화식 또는 문제 제기식으로 바꾸어 효과적인 학습을 하는 방법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이것을 저희 학교에서 강의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주 기억에 생생합니다. ‘하브루타’라는 말은 ‘친구’ 또는 ‘짝’을 뜻하는 히브리어입니다. 서로 짝을 이루어 토론하면서 창의력과 발표력을 키워가는 유대인의 교육방법이지요.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님들이 읽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Q10. 간략하게 가족 소개를 해 주실 수 있겠는지요.

A. 아내와 두 딸이 있습니다. 다들 직장에서 성실하게 주어진 일을 잘하고 있어서 흐뭇하고 감사합니다.

Q11. 은퇴 후를 흔히 제2의 인생이라고 합니다. 제2의 인생에 대한 로드맵(계획)을 듣고 싶습니다만...

A. 좀 갑작스럽게 퇴직 결정을 내리다 보니까 지금 뚜렷한 계획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일들은 많아서 시간을 두고 계획을 짜 볼 생각입니다. 의미 있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 오늘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김천일보에도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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