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발행인 시평
[발행인 시평] 검찰총장과 정치인
이명재 | 승인 2021.03.13 00:27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죄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갖는 검찰 공포증

우리 같은 서민들은 검찰과 별로 관계없이 살아간다. 죄짓고 살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죄를 지었거나 죄지을 가능성 많은 사람들이 검찰을 무서워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로 크고 작은 정치인들이 있다.

정치인이라고 해도 공사(公私)의 일에 깨끗하고 흠이 없다면 검찰을 두려워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던가. 정치란 사람과 관계하는 일이어서 범죄에 늘 노출되어 있다.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정치인이 무서워하는 1순위에 검찰이 자리하고 있다. 검사에게서 오는 전화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도 기쁜 일보다 문제의 소지를 안은 전화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중앙의 정치지도자연하는 사람들에게 걸려오는 검찰총장의 전화도 그런 유에 속한다. 소화(笑話) 한 토막이 떠오른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유명 정치인이다. 그는 오랜 재야 활동 끝에 국회의원이 되었다.

순간의 오해에서 검찰총장의 힘을 경험하다

미련한 사람은 갑작스런 신분 상승(?)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이 사람이 그랬다. 얼마 전까지 호형호제하며 지내던 사람들과의 만남을 꺼렸고 전화까지 피한다며 뒷말이 많았다. 무서운 사람이 없는 듯 행동했다.

한 날 그의 국회사무실로 전화를 넣었다. 여당의 원내총무(지금의 원내대표)로 있을 때였다. 여직원이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다. 지금 출타 중이니 들어오시는 대로 전해 드리겠다며 메모를 남겨 달라고 했다.

'이명재'라고 이름을 대고 연락처를 남겼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듣고 있는 말도 있었기 때문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남긴 메모였다. 그런데 1시간 뒤쯤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몹시 긴장해 있는 목소리였다.

"예, 원내총무 OOO입니다."

"저 이명재예요."

"예, 원내총무 OOO입니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그가 많이 변했다는 말에 부합하는 목소리였다. 떠는 목소리가 평소 그답지 않았다. 통화를 한참 한 뒤에 그로부터 조만간 한 번 보자는 말을 듣고 전화를 끊었지만 '한 번 보자'는 말도 허사(虛辭)로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참 뒤에야 나와의 통화에서 그가 긴장한 이유가 풀렸다. '이명재'라는 이름을 듣고 '이명재 검찰총장'에게서 전화가 왔었다고 여직원이 전달했고, 정말 검찰총장인 줄 알고 떨리는 목소리로 통화를 한 것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깨끗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검찰총장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검찰총장 아니라 그 이상의 인사에게서 전화가 온다고 해도 떨 일이 뭐 있겠는가. 그때 나는 검찰총장의 힘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검찰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개인의 깨끗한 삶도 삶이지만 30여 년 전에는 사회가 온통 비리로 지뢰밭을 이루고 있었다. 검찰이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덮어주는 시절이었다. 이현령 비현령,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시절이었다.

정치인들이 검찰을 무서워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이런 식으로 걸면 빠져나갈 사람이 몇 안 되었을 것이다. 앞의 소화에서 보았듯이 검찰총장이란 이름만으로도 정치인들은 경기 맞은 아이가 되고 말았으니….

시대가 많이 흘렀다. 정치도 변했고, 국민의 의식 수준도 많이 바뀌었다. 오직 하나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이 있다면 검찰을 꼽을 수 있겠다. 정부 조직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국민의 의식과도 괴리되어 있는 검찰…. 윤석열 현상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검찰의 독립을 보장했더니 검찰이 정치를 하고, 살아있는 권력도 봐 주지 말랬더니 현 정권만 후려치고, 검찰개혁 하랬더니 검찰권을 더욱 공고히 하려고 획책하고... 급기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극렬 반대하며 "나는 밖에서 투쟁할 테니 여러분들은 안에서 싸워달라"는 말을 남기고 사표를 던지지 않았나.

윤석열 사퇴 뒤에 예상되는 거품현상

그런 윤석열이 대선 여론조사에서 급부상한다고 해서 보수언론이 쾌재를 부르고 있다. 반문 진영의 바람을 담은 기사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들의 의도대로 될 수 있을까? 글쎄... 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째, 우리의 정치판이 옷 벗은 검찰총장을 대선 후보로 받아들이기엔 지반이 녹록지 않다. 정치는 ‘짬밥’이란 말들을 흔히 한다. 윤석열이 정권과 척을 지며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사람들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일시적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검찰총장으로 있으면서 두 명의 법무장관을 주저 앉혔다. 급기야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까지 총구를 겨누고 사퇴한 격이다. 좋아할 이들이 있다. 검찰조직과 보수언론 그리고 국힘당 일부가 윤의 처신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 지지가 강고한 것일까. 거품 현상일 가능성이 많다.

'법과 원칙'을 희화화시킬 윤석열의 향후 행보

둘째,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가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다면 스스로 정치 지향적 검찰총장이었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 된다. 그는 법과 원칙에 입각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역설해 왔다. 정권에 맞설 때에 그 말이 무기였다.

그러나 그가 대선에 마음을 두는 순간, 검찰총장 재임 때의 행위는 바로 그의 정치 행위가 되는 것이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검찰조직을 이용한 것밖에 안 된다. 벌써 검찰 내부에서 이것에 대한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윤석열이 사퇴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할 일을 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정치를 하겠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야당이 쾌재를 부르는 이런 언사가 정부 여당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기류가 지속되는 것은 내년 대선에서 야당이 힘겨운 싸움을 해야 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지지 세력의 분산 현상이다. 지금 야당에 두드러지는 대선 주자가 없다. 그 틈을 타서 윤석열이 깜짝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힘당을 비롯한 야당은 윤석열로 인해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많다. 윤석열로 인해 야권의 집권이 어렵게 될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도착해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총장으로서 나쁜 선례를 남긴 윤석열

셋째, 윤석열은 검찰총장으로서 좋지 않은 전례를 남겼다. 검찰총장이 정권에 반해 자기 정치를 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로 돌아오게 된다. 법과 원칙 운운했지만 윤석열의 검찰은 누가 보든 정부 여당 후려치기 야권 봐주기검찰이란 인식을 국민들께 심어줬다.

검찰총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지만 정부조직법상으로는 법무장관의 지휘감독을 받게 되어 있다. 윤이 검찰총장 재임 중 보인 일련의 행보는 항명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향후 검찰총장이 자기 정치를 할 때 반정권 진영의 지지를 받아 국정을 혼돈케 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정치는 힘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파워(power)가 있을 때 사람들이 모이지만 그것이 없으면 쉬 잊혀진다. 윤이 검찰총장이었을 땐 여느 유명 정치인 이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다녔다. 윤이 옷을 벗고 난 뒤에도 과연 그 힘이 유지될까. 정치의 역학관계 상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 너무 좋아하지 마라

차기 대통령 선거까지는 1년이 남아 있다. 그사이 어떤 변수가 돌출할지 모른다. 여론조사 1위가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과거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얻었지만 중도 포기한 고건과 반기문이 좋은 예다. 낮은 지지율이었지만 대권을 거머쥔 노무현의 예도 있다.

지금 대선 여론조사를 보면 3강 다약(多弱)의 추세인 것 같다. 여권 후보 이재명 이낙연과 야권 후보 윤석열이 3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어디까지 여론조사이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이 유력 대권 후보라는 데 대하여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의 민도가 결코 낮지 않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명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상호 : 김천일보 김천iTV  |  경북 김천시 거문들1길 88-74  |  전화번호 : 054-436-2287
등록번호 : 경북, 아 00398  |  대표전화 : (054)437-0478  |  등록일 : 2016년 01월 18일  |  발행인 겸 편집인 : 이명재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성숙  |  e-mail : gcilbonews@daum.net
Copyright © 2022 김천일보 김천iTV.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