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에서 발간하는 <문화재 사랑> 3월호를 받아 보았습니다. 2021년 3월호가 통권 196호로 되어 있군요. <문화재 사랑>이 2004년 10월에 창간되었다고 하니 17년의 연륜을 갖게 되었습니다.

문화재청이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기관지(機關誌)라고 할 수 있는 월간 <문화재 사랑>을 발간하는 것을 대표적으로 잘 하는 일로 꼽고 싶습니다. 문화재의 대중화에 미친 영향은 실로 대단합니다.

우리나라 문화재의 많은 부분은 한자(漢字)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명칭은 말할 것도 없고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용어부터 한자투성이입니다. 한자를 어느 정도 알지 않고는 접근하기가 어려운 영역이 문화재입니다.

문화재청의 <문화재 소식>은 이것을 많이 불식시켰습니다.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과감하게 한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글만으로 의미 전달이 어려울 경우에만 한글 뒤에 한자를 넣고 괄호 처리를 하고 있으니까요.

이번 호 첫 꼭지 ‘학문으로 맺은 귀한 인연의 기록 삼현수간(三賢手簡)'에서 몇 개의 예를 든다면 이런 것들입니다. 교학상장(敎學相長), 구봉집(龜峰集), 현승편(玄繩篇), 성(誠), 은거자수(隱居自守), 산림삼걸(山林三傑)...

한자에 근거하는 고유명사들은 대부분 한자를 괄호로 묶어 병기하고 있고요, 한글만으로 뜻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을 때에도 한자로 보완을 해 주고 있더군요. 위에서 예로 든 성(誠)도 그렇습니다. 한글로만 표기했다면 性(성품), 城(재), 姓(성씨), 星(별), 聲(소리)... 이중 어느 것일지 모호합니다.

이번 3월호는 '學'을 특집으로 꾸몄습니다. 부제가 멋집니다. '세상을 향한 걸음의 초석'으로 되어 있거든요. 다섯 꼭지를 정한 이유도 밝히고 있습니다. "학문을 갈고 닦아 세상으로 나아간 선조들이 학문을 매개로 만든 문화유산의 업적을 좇아갑니다"

특집 다섯 꼭지는 잘 살펴보면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개해 볼게요. 특집/바로 보기, 특집/깊이 알기, 특집/친숙해지기, 특집/전승하기, 특집/갈무리하기. 이것만 충실하게 소화해도 성리학에 바탕하고 있는 '學(배움)'의 큰 부분을 익힌 것이 됩니다.

그 외의 글들도 모두 마음이 갑니다. 특히 ’어제와 오늘'이라는 제하에 ‘온라인 투어시대에 돌아보는 조선 사대부의 여행법'과 ‘남북문화재 데칼코마니'-‘신라 진흥왕의 통일 염원을 담은 순수비'가 마음에 짙게 와 닿습니다.

앞엣것은 과거(조선 사대부)와 현재(온라인 투어)를 비교하면서 지금 코로나19로 답답한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일시적이 아니라 늘 그랬다고 적고 있습니다. 참아내자는 것이지요. 조선시대나 온라인 시대인 오늘이나 여행에 변한 게 없는 것이 공통으로 정보 공유라는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의 문화재에 대해 많은 읽을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어서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문화재청 60년사'란 꼭지는 시리즈로 이어지는 글인데, 이번 3월호에는 1974~1979년의 5년 치를 사진을 곁들여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습니다.

때맞추어 김천시립박물관도 개관했으니 그곳을 벗 삼아 문화재와 노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 했습니다. 문화재청에서 매달 발간하는 <문화재 사랑>은 '아는 만큼'을 채워주는 좋은 학습도구가 되고 있습니다(이명재/발행인).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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