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詩 / 구재기

설날 아침
창 밖 감나무 가지
아래위로 내려앉아
직선으로 들려주는
까치 가족의 지저귐을
꿈의 소리로 듣는다

입춘을 넘기고도
남새밭, 서릿발을 녹이며
파뿌리 적시어 가는 동안
따뜻한 떡국 한 사발 앞에 놓고
서로의 얼굴을 닦아주며
미소하는 동안

만들지 않는
마주 보는 눈빛
나이 한 살 더한 만큼
더욱 깨어 있기를 기도한다
가장 동일한 목소리로
가장 조화로운 목소리로

* 참새가 다녀갔습니다. 작은 설날 먹이나 제대로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구재기 시인의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오늘 아침 마당 감나무에 앉아 조잘대는 장면이 이 시 1연과 오버랩되었습니다. 까치 가족이 방문해서 인사하는 모습, 참으로 아름답지 않습니까? 가족의 의미는 언제 되새겨도 정이 묻어나는 말입니다. 코로나19라는 재해가 촘촘히 망을 차고 가족을 떼어놓으려 하지만 가족간의 정은 더욱 돈독해집니다. 설 명절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떡국입니다. 다복한 정경이지요. "따뜻한 떡국 한 사발 앞에 놓고 / 서로의 얼굴을 닦아주며 / 미소하는 동안" 이것의 설명이 3연입니다. '순수한 눈빛', '한 살 더 먹은 나이', '변함없이 조화로운 목소리' . 삶은 이렇게 익어가고 세월은 또 이렇게 흘러가나 봅니다(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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