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성경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을 빌려서 쓰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믿음이 약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가령 폴(Paul, 바울), 데이빗(David, 다윗), 피터(Peter, 베드로) 등을 자기의 성에 붙여 쓰는 사람들이 있다. 왠지 믿음이 좋은 것 같고 실력 있는 기독교인 같지만 한 꺼풀만 벗기고 보면 속 빈 강정일 때가 많다.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외국에 나가서 선교사로 일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현지인들이 기억하기 좋도록 성경에 나오는 인물의 영어표기 이름을 쓰는 것이 선교 사역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도리어 권장할 일이 될 것이다. 수단 톤즈에서 선교 활동을 한 고(故) 이태석 신부도 그곳에서 존 리(John Lee, 요한)이라는 이름을 썼다.

내가 처음 듣는 이름이니 이 사람이 유명세를 탄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이름 자에 괄호하고 예의 그 흔한 영어 이름을 표기해 놓고 있었다. 페북 사진으로 볼 때 나이가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선무당이 애 잡는다는 속담처럼 엉성한 사람일수록 완전한 척 자신을 포장하면서 사람 또는 사안을 쉽게 재단할 때가 있다.

이 사람이 페북에 올린 글을 누군가가 복사해서 다시 올린 것을 지나치다가 봤다. 내용이 가관도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사악한 대통령이라고 했다. 왕까지 쳐도 가장 사악한 왕이라고 하나님이 말씀해 주셨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사악한 지도자라는 주장이다.

그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을 이대로 두면 우리나라가 공산화될 것은 뻔하다고 했다. 그렇게 된다면 이 땅에서 교회도 사라지고 말 것이니 정신 차리라는 것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이것을 하나님이 분명한 목소리로 경고하셨다는 것이다. 자기가 직접 들은 것은 아니고 아내가 듣고 전달해 주었단다.

황당할 뿐 아니라 한편 호기심도 발동했다. 그의 페북 페이지를 찾아 들어가 보았다. 실체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무슨 무슨 시민연대 대표로 되어 있었다. 실체가 있는 단체라면 전광훈 유의 태극기 집회 동원 조직이기 십상일 것 같았다. 이런 사람들의 고집은 주님이 재림해도 꺾지 못할 정도라는 말이 있다.

페북에 올린 그의 글을 살펴보았다. 대부분 극우 신문 기사를 링크해 놓은 것이었다. 거기에 자신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는 반 문재인에 대한 극언들을 달아놓고 있었다. 반대를 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근거와 논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친구는 내용도 없고 악담만 늘어놓은 식이었다. 역겨움이 일었다.

하나님을 간간이 들먹이는 것으로 봐 기독교인 같았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반 문재인 선동이었다. 나는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진정한 보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글의 주인공처럼 극우가 보수의 탈을 쓰고 행세하려 한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진보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나의 지인들이 여럿 이 친구와 페북 친구를 맺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상적으로 따지면 나보다 더 왼쪽에 서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 신앙적 극우 인사와 친구를 맺고 있다? 빈 이론을 갖고 기득권을 옹호하는 사람과?

난 페이스북 친구를 맺는데 신중한 편이다. 쉽게 신청도 하지 않고, 친구 요청을 받았을 때 수락하는 것은 더 신중하다. 듣는 사람이 짜증 날 정도로 크로스 체킹을 하고도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친구 수락을 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페친의 글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그렇게 크지 않다.

상대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극언만 가지고는 안 된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생각을 더욱 뒤틀리게 할 뿐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 이 친구도 그렇다. 그가 링크한 글에 댓글은 고사하고 공감을 표시한 이들도 드물었다. 그의 글을 훑어보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기산지절(箕山之節)'의 고사가 스쳐 지나갔다. 언짢았다는 얘기다(글 / 발행인). 

발행인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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