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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작가 문홍연의 # 일상 - 부항댐 둘레길에서....
문홍연 | 승인 2020.12.24 11:18

#일상 
부항댐 둘레길에서...


출발지에 차를 세우고 한 시간쯤 걸었을까요. 두 다리가 묵직해질 때 쯤 저만치 언덕위에 조선시대 때 효자로 이름났던 이영보의 후손들이 산다는 '효아촌'이 보입니다. 잠깐 쉬려고 나무의자를 찾아봤더니 은행나무 꼭대기의 까치집이 먼저 보였습니다

까치란 놈들은 어찌된 것이 소나무처럼 사철 푸른 상록수에는 집을 안 짓더만요. 가을에 잎이 떨어지는 나무에만 집을 짓더군요. 겨울철에 잎이 다 떨어지고 없을 때 따뜻한 햇살을 더 많이 받으려는 선택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머리가 아주 영리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봄에 알을 품었을 때 따뜻한 햇살을 더 많이 받아서 부화가 쉬울 수도 있겠군요.
 
까치집이 보기에 저렇게 어설프게 보여도 공학적으로 잘 지은 집이랍니다
·팔월의 거친 비바람은 끄덕도 없고 가을 무렵이면 어김없이 불어 닥치는
태풍에도 까치집이 부서진 것은 별로 본 적이 없으니까요. 나무 위 집을 보세요
Y자형의 조금 굵은 나뭇가지 사이에 여러 형태의 작은 나뭇가지를 물어다가 또 자신의 털도 중간 중간 넣어서 독특한 형태의 집을 튼실하게 잘 지었답니다.

더 쉬어가는 의미에서 '까치집'이라는 동시(童詩)도 하나 인용을 하겠습니다.

         까 치 집

                   童詩/ 김수희(1974~ )

아가들이 눈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것이
파란 하늘이라
높은 곳 에  높은 곳 에
집을 짓지요.


***  ***  ***  ***  ***  ***  ***  ***

까치집....
나무 위에 지은 새 집도 까치집이라 부르지만, 다른 이름의 까치집도 두개나 있답니다. 아주 옛날 이야기입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겨울철이 되면 목욕을 하는 일이 큰 연중행사였습니다. 머리를 감는 것도 아주 큰 일이었구요
그러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머리는 늘 '쑤시방티'였습니다. ...쑤시방티가 뭐냐구요? 경상도사투리인데 표준말은 '엉망진창'쯤으로 해석이 될라나요?
부엌에서 아침을 하던 어머니가 제 머리모양을 보시고는 '까치집'을 지었다고 놀리곤 했었습니다.

또 하나 더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겨울방학이 되면 자취하던 방의 짐을 챙겨서는 시골로 갔습니다. 아래채의 작은 방에서 기거를 했는데 저녁마다 군불을 때는 일이 여간 큰일이 아니었지요. 산에 가서 썩은 나무나 아카시나무를 베어서 지게에다 지고 
집으로 오는 일도 많이 했습니다.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이사를 갔으니 지게질이 서툴러 나뭇짐이 작을 수밖에 없었겠지요. 마을회관 앞에서 따뜻한 햇살을 쬐고 계시던 이웃집 영감님이 "장정 나뭇짐이 '까치집'보다 작다"고 놀리시곤 했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제가 나이가 들어서 젊은이를 놀려먹을 나이가 되었는데 뒷산으로 나무하러 가는 젊은이가 보이지를 않네요....


둘레길 반환점을 돌아 다시 주차장으로 걸어갑니다. 저 멀리 삼도봉을 바라보니 흰 눈이 조금 쌓여 있습니다
오늘이 1223... 
경자년(庚子年)도 며칠 남지 않았군요. 예년 같으면 지금쯤 송년회(送年會)가 한창일 텐데 올해는 코로나가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부부(夫婦) 단 둘이서 둘레길을 걷는 것도 송년회일까요?

오늘은 다행스럽게도 까치집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걷다보니 2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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