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달봉산에 올랐습니다.

부끄럽게도 김천 토박이로 살면서 오늘 처음으로 달봉산을 올랐습니다.

달봉산이 정월 대보름날 정상에 올라서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빈다는 의미의 '달을 바라보는 산'이라는 의미도 오늘 처음 알았고, 부자들이 많이 태어난다는 부거리(富巨里)의 뒷산이라 부춘산(富春山)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사실 이런 것은 대수롭지 않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일설에는 달봉산 정기를 듬뿍 받아서 동기생 두 분이 도지사와 시장에 당선되었다는데, 풍수를 믿지 않는 저는 있을 수가 없는 허황된 소리라며 말을 전하는 친구한테 타박을 주곤 했습니다.

그래도 산을 오르면서 정기를 받고 싶은 마음이 은근히 생겼습니다. 관직이라곤 이·통장도 해 본 적이 없지만 혹시 또 모르는 일이지요. 오늘 달봉산의 정기를 듬뿍 받으면 작은 감투라도 하나 쓸 수가 있을런지요?ㅎ

어느 산이나 오를 때마다 느낍니다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만요. 이름하여 산불감시원!.... 이분들의 수고로 시민들은 마음 편하게 산을 오르고, 산을 즐기는 것이겠지요? 수고하신다는 인사말을 남겼습니다.

달봉산 나무의자에 앉아서 시내를 내려다 봅니다. 어떤 현자(賢者)가 시내에서는 김천시가 안 보이고, 산에서는 달봉산이 안 보인다고 하더니 이곳에서는 김천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입니다.

산업공단도 보이고 아파트도 보이고.... 14만 시민들이 서로 어깨를 기대며 사이좋게 살아가는 김천시가 평화롭고 아름답게만 보였습니다.

작은 산이라도 올랐으니 다시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데, 이곳은 코스가 짧아서 조금 아쉬운 감은 있습니다. 그래도 내려가야겠지요? 하산길은 반대편 구화사 쪽으로 잡았습니다. 1.5km나 걸었을까요. 산 아래에 아담한 절집이 보입니다.

거대한 소나무가 제 눈에 들어옵니다. 설명문을 보니 창건 연대와 창건자는 알 수가 없다구요.

구화사는 본래 고산사(孤山寺)에 딸린 암자였다고 합니다. 고산사는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존재해 있었는데, 조선조의 숭유억불 정책에 힘을 얻은 유교 세력에 밀려서 절집은 강제로 철거되고 그 자리에 향교가 세워졌다고

합니다. 현재의 김산향교(金山鄕校)가 고산사의 자리를 점령함으로써 고산사는 지금의 자리로 옮기고 이름도 구화사(九華寺)라 고쳤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도 세상사 흥망성쇠를 봅니다. 국가나 큰 기업이나 절집이나 유능한 지도자를 만나면 흥할 수도 있고, 또 무능한 지도자를 만나면 현상유지에 급급하거나 망하는 것은 진리입니다. 도시라고 별반 다르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저 소나무는 오래도록 제 기억에 남아 있을 것만 같습니다. 아스팔트 길을 터덜터덜 걸어서 승용차가 있는 곳으로 갑니다. 절에 가는 길이라고 꼭 황톳길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만, 절 마당 앞에까지 아스팔트가 깔려있으니 조금 어색하기는 했습니다. 고풍스런 맛이 없다고나 할까요.

3년간의 군 생활과 20대에 직장을 따라 잠깐 고향을 떠난 것 말고는 50여년을 김천에서 살았는데, 이렇게 편하고 걷기 좋은 산행코스가 달봉산에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으니... 김천시와 등산로를 개설한 분들에게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10,000보를 넘겼습니다.

문홍연  gcilbonews@daum.net

문홍연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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