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편집자는 어떤 이미지를 지닌 직업일까? 사실 현장에서 출판편집자나 출판노동자의 근무 여건은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물론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정말 직원을 생각하고 직원의 앞날을 생각하는 회사는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리 많지는 않을 듯하다.

한국은 출판 규모 자체가 작다. 대기업이라고 부를 만한 출판사도 거의 없다. 대기업이라고 별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녀보면 회사는 다 똑같다. 다들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잘 알 것이다.

처음 출판 일을 하며 출판계 이야기를 직접, 간접으로 접했는데 출판계의 노동조건이 어찌나 내가 일했던 IT 업계와 비슷한지 깜짝 놀랐다. 예를 들면 인건비 때문에 아웃풋의 품질은 고려하지 않고 신입을 선호한다든지, 일을 좀 하는 대리급은 이직이 흔하고 40이 넘으면 회사에 남아있기 힘든 구조 등등 유사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신입이나 새로 들어온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키우기보다는 일단 일을 시키고, 못 하면 못한다고 비난하는 모습도 똑같다. 아마 다른 업계도 다 비슷할 것이다. 이런 문제는 의외로 특정 업계에 한정된 문제라기보다는 성숙하지 못한 직장 문화와 회사 구성원들의 마인드 문제 아닐까?

'편집자의 마음'에는 저자가 편집자가 되려고 결심하고 강의를 들었는데, 첫날 강사가 하는 말이 "편집자 하지 마세요."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말에는 업계의 고단한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여전히 편집자를 하기도 하고 출판계에서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나처럼 1인 출판사를 하며 시간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이 일은 괜찮은 직업이다. 보람도 있고 재미있고 나름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이 재미없고 힘들어지는 이유는 회사에 다니면서 격무에 시달리고 인격적으로 대우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많다. 그리고 회사에서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만들 여건도 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재미가 없다.

그래서 많은 편집자가 1인 출판사나 작은 출판사를 세워서 독립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출판사 대표보다 편집자라고 불리는 편을 더 좋아한다. 내가 하는 이 일이 자랑스럽다. 비록 멋지고 세련된 사무실도 없고, 실력도 그리 좋지 못하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작가님들과 재미있고 즐겁게 만들며 소소한 일상을 보낸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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