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
                           詩 / 정연복
가을하늘은
참 좋다

보고 또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아도 좋고

흰 구름이 여기저기
떠다녀도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깊고 고요한 바다 같다.

파란 가을하늘 아래
가만히 서 있으면

가슴이 시원하게 열리고
나도 문득 하늘이 된다.

* 60 중반의 연치를 가진 시인이 쓴 시 같지 않다. 동시처럼 읽히는 시다. 소재가 그렇고 사용한 단어도 그렇다. 심상을 드러낼 수 있는 단어는 열 개 남짓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도 쉽게 알 수 있는 낱말들... "동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시이지만 정작 읽고 감동을 받는 것은 어른들"이라고 한 이오덕 선생의 말이 떠오른다. 정 시인의 시 '가을하늘'은 그러나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스케일이 크다. 하늘의 오묘함부터 시적 자아의 소박한 마음까지 엿볼 수 있는 시... "나도 문득 하늘이 된다"는 이 시의 주제문이다(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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