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임 명칭도 함부로 짓지 않는다. 이리저리 생각하고 결정했는데도 서운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하물며 제1야당이 당 이름을 개명하는 데엔 여간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고충 때문에 공모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공모해서 최종 결정된 당명이 '국민의힘'이다. 황교완이 지은 '미래통합당'을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꾼 것이다. 당사자들은 깊은 논의 끝에 결정했겠지만 당장 몇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먼저, 과연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당 이름까지 바꿀 권한이 있느냐의 문제이다. 비대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줄임말이다. 당의 상황이 극히 좋지 않아 비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시적 기구이다.

한시적 기구에서 당 이름을 바꾼다? 글쎄, 남의 집 일이지만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대 놓고 반대하지 않아 그냥 넘어가는 것 같지만 이게 정도(正道)는 아닌 것 같다.

둘째, '국민의힘'에서 은연 중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배타성이다. '국민'은 집합명사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나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인데, 그 당과는 이질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

'나와 관계 있는 당'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단체의 명칭을 미래 목표를 염두에 두고 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지금 하는 것으론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셋째, '국민의힘'은 공당의 이름이라기보다 이념단체 또는 이익 집단에나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국민의힘’을 영어로 표기할 때 People Power Party라고 해서 당(Party) 표식을 해놓고는 있지만 일반 국민들이 영어까지 생각하고 당명을 연상하지는 않는다.

몇몇 일본통 사람들의 이런 지적도 있었다. '국민의힘'이 일본 극우단체 슬로건인 '國民の力'을 표절했다는 의혹이다. 표절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친일로 비판받고 있는 정당이 신중하지 못했던 것 사실이다.

넷째, 좀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국민의힘' 약칭에 대해서이다. 이것이 제1야당 이름으로 정해졌으니까 앞으로 언론에 쉼 없이 오르내릴 것이다. 보통 정당의 약칭은 음절 세 개를 넘지 않는다. 예전에는 이런 점을 고려해 처음 작명할 때 주로 석 자로 당명을 지었다. 자유당 민주당 국민당 등이 그 산물이다.

'국민의힘'이 '국민힘'처럼 석 자면 약칭이 필요 없겠지만 애매하게 넉 자여서 문제가 생긴다. 약칭으로 '국민힘'하면 어떨까 싶다가도 여기서 정당의 개념을 끌어내기는 어렵다. 공당인 제1야당 약칭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조심스레 제안하고 싶기는 '국힘당'이 어떨까 싶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국민의힘' 영어 표기가 People Power Party로 ‘당(Party)’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부자연스럽지만은 않다. 묘책 같기도 한데 당사자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정당법에는 사용한 전례가 있는 정당 명칭은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전에 자주 사용한 '민주', '자유', '국민' 등의 앞뒤에 새로운 단어를 결합해 당명을 정하곤 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도 그 산물이다.

약칭을 '국힘당'으로 할 경우 'ㅋ'(ㄱ+ㅎ)이 센 뉘앙스를 가진 자음이기 때문에 발음하고 들을 때 다소 거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언어는 습관이란 말이 있듯이 반복해서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된다. 따라서 ‘국민의힘’ 약칭을 ‘국힘당’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발행인 이명재).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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