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코로나19 확진 후 격리 치료를 받던 전광훈이 퇴원했다. 목회자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인간이라도 석고대죄(席藁待罪)의 마음으로 회개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게 옳다. 자신으로 인해 촉발된 ‘코로나19’ 2차 대 감염이 전국적으로 횡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담임으로 있는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수가 1천 백 명을 넘어섰다. 또 방역 당국에서 자제를 요청한 8.15 광복절 집회를 통한 확진자도 전국에 걸쳐 4백 명 넘게 발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2차 3차 감염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심히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리 해제된 전광훈의 일성이 가관도 아니다. 문재인 정권이 코로나19로 사기를 치려했지만 현명한 국민들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현 정권이 누명을 사랑제일교회와 태극기 집회에 뒤집어씌우려 했다고 덧붙였다.

인간 최소한의 성정(性情)도 없는 후안무치(厚顔無恥) 발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 달 기한을 줄 터인데, 그 기간 안에 문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으면 자신은 몸을 던지겠단다. 옳건 그르건 싸움에 몸 던지겠다는 이에게 할 말 없다. 사즉생(死即生)의 각오 앞엔 백약이 무효다.

이 선에서 그쳤으면 사실 그냥 넘어 가려 했다. 전광훈은 몸을 던지겠다는 말에 이어 ‘순교’란 말을 섞었다. 그러니까 그가 몸을 던지는 것은 죽는 것을 의미하고, 그 죽음이 곧 순교라는 것이다. 어불성설(語不成說)도 유분수지… 순교는 그런 죽음에 쓰는 말이 아니다.

순교라는 단어는 그리스어 '마르투스(martus)'에서 왔다. 영어의 ‘마터(martyr)’도 여기에 기원한다. 원래의 뜻은 '증언'이다. 기독교가 공인받기 전, 예수를 부인하고 로마 황제를 신으로 숭배할 것을 강요받았다. 그렇게 하면 목숨을 살려 주겠다는 것이다.

이때 참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언’하고 장렬히 화형을 당했다. 이때 '증언'(마르투스)은 곧 '순교'를 의미했다. 지금은 증언보다 순교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몇 가지 주의해서 살필 게 있다.

첫째, 순교는 폭력이 동원된다는 점이다. 기독교의 경우 이교(로마 황제 숭배)가 기독교인에게 배교를 강요하며, 수용하지 않을 때 폭력으로 목숨을 앗아갔다. 

둘째, 순교는 죽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 살아있는 사람들에 의해 명명(naming)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나는 순교할 거야', '순교자가 될 거야' 등의 말은 신앙 자세에 대한 다짐은 될 지언정 순교를 바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셋째, 예외가 없진 않지만 순교는 원칙적으로 자발적인 죽음(voluntary death) 즉 자살을 배척한다. 기독교를 박해하는 측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 때 비로소 순교란 표현을 쓸 수 있다.

넷째, 순교에 대한 엄격한 규정이 필요하다. 봉사나 수련회 가서 불의의 사고로 죽은 사람에게도 ‘순교했다’는 말을 쉽게 한다. 잘못된 것이다. 이런 죽음은 주님의 일을 하다가 죽은 것이다. ‘순교’란 표현을 쓸 정도의 죽음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일 오전 퇴원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순교에 대한 개념 정리를 길게 한 것은 전광훈이 하는 행태는 순교와는 별 관계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폭력을 당한 대상이 아니라 많은 인명을 앗아가게 만드는 데 공(?)을 세운 사람, 즉 폭력을 유도한 사람이다. 

정부의 집회 금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랑제일교회에서 그리고 8월 15일엔 광화문에 모여 대대적인 집회를 강행했다. 이 집회들은 코로나19의 온상 역할을 했다. 따라서 많은 확진자가 나왔고 지금 전국으로 퍼져가고 있는 추세다.

전광훈은 한 달 말미를 주면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을 던지겠다, 순교하겠다는 식으로 말했다. 워낙 '뻥'과 거짓에 능한 이여서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그에게 몰아닥칠 법적 물질적 책임에 대한 연막전술일 가능성이 많다.

솔직하게 따져 보자. 문재인 정권이 정말 기독교를 탄압하는 정권인가. 비대면 예배의 권고와 대중집회 금지는 코로나19로부터 신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 아닌가. 건강한 마음과 몸으로 신앙 생활하도록 돕는 차원으로 보는 게 더 더 타당하지 않을까.

모이기를 힘쓰라는 성경 말씀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예배는 기독교인에게 생명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지금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설득력이 약하다. 히 10:25(모이기를 폐하지 말라)의 말씀은 평소 신앙생활에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는 뜻이지 천재지변이나 재난 앞에서도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라는 말이 아니다.

전광훈은 문재인 정권이 주일예배도 못 드리게 기독교를 탄압한다고 말한다. 또 나라를 북한의 김정은에게 갖다 바치려 한다, 그렇게 되면 이 땅에 교회가 사라지고 기독교인들이 숙청 제1호가 된다는 등의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

여기에는 정권에 의한 기독교 탄압 등 신앙적인 면보다도 전광훈 개인의 정치적 입지 구축 측면이 강하다. 그는 기독교를 개인의 정치적 야욕에 활용하고 있다.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 끊임없이 정치권 진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전광훈이다.

지지 세력을 결집하는 방안을 '반정부-반북-기독교'로 설정하니 반공ᆞ극우 기독교 근본주의라는 교집합이 나왔다. 현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 북한을 평화통일의 상대가 아닌 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근본주의를 비롯한 기독교 극우주의자들이 전광훈의 원군이다.

전광훈은 기자회견하는 도중 숨이 차는 듯 중간중간 말을 멈추며 잔 기침을 했다(사진 =노컷뉴스)

순교는 본인이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삶과 죽음을 보고 사후 사람들이 붙여 주는 것이다. 따라서 한 달 뒤 순교  운운하는 것은 사리분별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의 저급한 헛말에 지나지 않는다. 자살하겠다는 것 아닌가. 자살은 기독교에서 금기사항 중 하나이다.

전광훈이 이렇게까지 나락에 떨어져 돌출행동을 반복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보면 책임이 그에게만 있다고 할 수도 없다. 한국에 들어온 후 성장주의, 물량주의, 과시주의, 권위주의로 치달은 기독교 자체에 이미 배태되어 있었다고 보는 게 옳다.

이번 코로나19의 제일가는 피해자가 기독교라고 말이 있다. 일리 있는 말이다. 포스트 코로나19를 생각할 때 기독교의 미래는 극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키(key)는 우리 기독교인들이 갖고 있다. 먼저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굴곡이 있었지만 기독교 2천 년 역사는 인류 발전에 기여한 역사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다. 전광훈과 같은 이단아가 설칠 수 있는 교계는 병 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구태에 젖어 발호하는 이들을 그대로 두면 교계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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