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문화의 힘 - 우리의 눈을 연극으로 돌리자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백범일지>에 나오는 구절이다. 문화의 중요성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풍찬노숙(風餐露宿)하며 평생 투쟁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 온 백범 선생이 문화에 대해 어떻게 이런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이 말은 오늘 우리 지역에도 필요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있을 것이다. 이 '발전'에는 여러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 발전은 또한 그 지역의 격(格) 또는 수준과도 관련이 있다. 격조 있는 도시, 우리가 꿈꾸는 주거 환경 아닌가.

경제적 부(富)만이 발전과 격의 전부가 될 수 없다. 건강한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은 도시는 좀 천박하게 보인다. 사회는 상층구조인 정신문화가 하층구조인 물질을 이끌어 주어야 한다. 이럴 때 균형 잡힌 도시, 건강한 지역 조건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우리 김천엔 김천국제가족연극제가 열리고 있다. 연극은 예술의 한 부분이고 문화에서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이 연극제는 우리 지역을 문화적으로 살찌울 행사이다. 벌써 15회째라고 하니 그 연륜에 덧붙여 관계자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올바른 문화는 돈과의 근친성(近親性)이 그렇게 많지 않다. 배금주의가 팽배해 있는 사회에서 문화는 자칫 서자 취급을 당하기 쉽다. 배척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외면하는 지자체가 적지 않음을 본다. 쉽게 말해서 돈 안 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그렇다.

정신문화 함양에 투자하는 것에 즉발적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당장은 실익이 없어 보이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해야 하는 일이다. 미래에 희망을 거는 것은 현실을 단단하게 다져가게 만든다. 이런 정신문화 영역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시민들의 호응이 적을 땐 의미가 없다. 김천국제가족연극제는 회(回)를 거듭할수록 참여도가 높아져 간다고 하지만 아직 만족할 정도엔 한참 못 미친다. 시(市)에서 비중을 두고 여는 문화 행사인 만큼 '나의 행사'로 생각하고 참여하는 시민 의식이 아쉽다.

가족은 사회의 가장 기초적 관계 단위이다. 가정의 구성원인 가족이 건강해야 지역사회가 건강해지고 나아가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 김천 시민 누구나 연극의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고, 주인공의 캐릭터에 대해 장단점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지역의 문화 수준은 드러나는 외형에서 가늠되기도 하지만, 시민들이 주고받는 대화에 더 잘 나타난다. 매해 이맘 때 열리는 김천국제가족연극제는 그런 점에서 좋은 학습의 장이기도 하다. 우리의 눈을 김천국제가족연극제로 돌리자. 도시의 격을 높이자.

편집부 gcilb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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