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과 선택 어떻게 할 것인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대학입시 수시 전형 준비가 한창이다. 대학에서 전공할 학과 선택은 중요하다. 일생을 좌우하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 선택한 학과가 10년 2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환경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지금 선택을 신중하게 해야한다.

삶의 생태계는 지난 30년보다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부모님의 패러다임이 더는 자식의 삶에 지침이 되지 못한다. 현재 회자(膾炙)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란 말도 불과 1년 7개월 전(2016년 1월 스위스 다포스 포럼)에 나온 말이다. 지난 역사와 인간의 속성을 살펴보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침이 될 수 있다. 그 지침을 살펴보자.

1. 부시맨과 최고경영자(CEO)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기계문명의 발달로 손으로 하든 많은 작업을 기계의 도움으로 대량 생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때문에 인간은 인류역사상 가장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인류는 대량생산과 유통을 위해서 그들의 지혜를 발휘하게 되었고, 사회가 발달하고 복잡해지면서 경쟁이 치열하게 되었다. 나아가 효과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 경영학이 도입되었다.

영국에서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약 250년 동안 인류는 풍요라는 공동의 善을 위해 대량생산을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그 시스템을 관리하는 기술, 즉 경영학을 발전시켜 왔다. 그 결과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게 되어 기아와 빈곤으로부터 해방 되게 되었다. (아프리카 같은 일부 국가는 제외하고)

대학에서도 이런 산업사회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경영학과를 만들고 효과적인 대량 생산을 위한 시스템을 가리치고 배우곤 하였다.

그런데 미래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벌써 몇십 년 전부터, 유럽과 미국의 학부모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십수 년 전부터 변화가 생겨났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 하던 것이 이제는 인문사회학(문화인류학, 철학, 심리학, 문학 사회학 등)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MBA(경영학 석사-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공부를 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

2. 이러한 현상은 왜 생겨난 것인가?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메슬로(Maslow)의 욕구 <5단계설>을 살펴보자.

1단계 : 생리적 욕구 - 본능적인 수준에서의 욕구, 식욕이나 수면욕 등.

2단계 : 안전의 욕구 - 본능적인 욕구가 해결되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생김.

3단계 : 애정과 소속의 욕구 - 이 단계부터는 '사회적 욕구'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욕구가 강해짐.

4단계 승인의 욕구 -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자존에 대한 욕구' 라고도 함.

5단계 자기실현의 욕구 - 이상 실현 등에 대한 욕구. '성장 요구' 라고도 함.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는 메슬로의 하위 욕구인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었고 이제는 상위 욕구인 애정과 소속, 승인 그리고 자기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키길 갈망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개인의 개성과 의견이 이 존중 되고 인터넷의 발달로 그 표현이 자유로워 졌다(질 리포베츠키).

이전까지는 대량 생산이란 공동의 善 아래서 개인의 개성은 유보되었지만 현대인은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고 사회 속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당당하게 표현한다. 그러다 보니 이전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전의 패러다임은 개인의 개성보다는 사회나 국가가 우선이었지만, 오늘날의 패러다임은 개인의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이다. 그 때문에 개개인의 개성과 속성을 이해하는 철학이 필요하게 되었다. 즉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서 시스템보다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변화에 순응하여 유럽과 미국에서는 CEO가 되기 위해서 이제는 대학에서 인문사회학을 전공한다. 특히 독일의 학자 ‘다비트 보스하르트’는 문화인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문화인류학은 특정한 문화나 관습, 풍습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면 어떤 아프리카 원주민의 특이한 문화적 풍습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문명사회 문화보다 열등하다고 하지 않으며, 왜 그러한 풍습이 생겼으며, 그것이 그들의 자연적 환경을 어떻게 반영하며, 인간의 어떤 속성이 그런 풍습을 생겨나게 했으며, 그 문화권에서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서 연구하여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제목을 부시맨과 CEO라고 한 것은 부시맨 같은 원주민에 대한 연구가 문화인류학의 한 영역이기 때문에 상징적 의미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주위를 살펴보면 뜻밖에 쉽게 증거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의 현재 CEO의 대학 전공을 알아보니 화학 전공자가 가장 많았다. 가장 승공한 CEO로 인정 받고 있는<젝 윌치> 前 GE(제너럴 일렉트릭) 회장도 화학 전공자이다. 화학이란 무엇인가? 각각 성질이 다른 물질이 화합하면 전혀 다른 성질의 새로운 물질이 생겨난다. 이것은 현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간 개개인의 개성을 이해하는 능력과 비슷하다. (마거릿 대처 前 영국 수상도 화학을 전공 하였다.)

미국 CNBC 방송국 대담에 출연한 네슬레 피터 브라벡 회장은 CEO란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CEO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특별히 오케스트라 단장에게 부탁해서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곡을 들려 달라고 했더니 유명한 오케스트라도 네슬레 직원들이 듣기에도 유쾌한 연주를 하지 못했다.

10여 년 전 일도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2006년 3월 19일 WBC(Word Baseball Classic) 준결승전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야구 강적 미국, 일본, 멕시코를 이기고 4강에 올랐다. 생각 이상의 좋은 성적이다. 야구 종주국 미국과 아시아 최고의 야구라고 자랑하는 일본을 이겼으니 말이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이러한 좋은 결과를 이룩한 것은 선수 개개인의 노력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한국 팀 감독이 선수를 보는 철학이 특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 팀 김인식 감독은 데이터를 중요시하는 다른 팀 감독과 달리 선수의 개성과 특성을 잘 이해하고 믿어 주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세상은 늘 변해 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오늘의 시스템이나 모델이 내일에도 똑같이 통용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어제를 알고 오늘을 알면 내일이 보인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역사는 사람을 현명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지도자(leader)가 되기 위해서 사고를 유연하게 가지고 새로운 정보나 지식에 저항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10년마다 정보의 양이 2배로 널어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소홀했거나 또는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직종에 종사해 왔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정보는 가치가 미약할 것이고, 현실의 문제를 보는 분석력과 문제해결 능력은 말할 수 없이 저조할 것이다. 옛것을 과신하지 말고 집착에서 벗어나라.

이제 우리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과 패러다임을 창조해야 하겠다. 이해는 Communication을 통한 고민과 성찰 그리고 Study를 통해 가능하다.

김성현 nikes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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